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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FF 37.5] 우리 모두 다 같이 앵글을∼
윤혜지 사진 최성열 2013-08-13

<더 테러 라이브> 변봉선 촬영감독

Filmography

<더 테러 라이브>(2013), <범죄소년>(2012), <런닝맨>(2012) B팀, <태어나서 미안해>(2011) B팀, <시선 너머>(2010), <파수꾼>(2010), <고백한잔>(2009), <바람만 안 불면 괜찮은 공기>(2009), <웅이 이야기>(2007)

<더 테러 라이브>는 일곱대의 카메라를 동시에 돌리는 방식으로 촬영이 진행됐다. 라디오 스튜디오로 꾸민 좁은 세트장에는 배우와 카메라뿐이었다. 인물을 찍는 A, B, C 세대의 카메라, 앵커 윤영화(하정우)를 정면에서 찍는 방송 카메라, 주진철 경찰청장(김홍파)을 찍는 또 한대의 방송 카메라까지 카메라 다섯대가 항상 현장에 있었고, CCTV 장면까지 포함하면 총 일곱대의 카메라가 있었다. 그리고 이 카메라들을 진두지휘한 사람, 변봉선 촬영감독이 있었다.

23개의 챕터로 나뉜 촬영 스케줄은 철저히 배우의 연기 위주로 진행됐다. “배우가 할 수 있는 만큼은 다 찍는다는 게 기본 전제였다. 챕터별로 나눠 대략 5분에서 10분 정도를 끊지 않고 촬영했다. 앵글을 달리해 세번씩 다시 찍었는데 A, B, C 카메라를 합쳐 아홉 각밖에 없었기 때문에 이 챕터에 가장 잘 맞는 사이즈나 앵글 각도를 잘 계산해서 찍어야 했다. 원래 멀티 카메라를 쓰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나로선 골치가 아팠다. (웃음)” ‘카메라는 절대 멈춰선 안된다’ , ‘동적인 느낌을 유지해야 한다’ 등 염두에 두면 좋을 부분을 정리한 슈팅 매뉴얼은 촬영팀에게만 내려진 특별 지시사항이었다. “카메라 무빙이나 흔들림을 최대한 매뉴얼에 맞췄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디테일했다. 감독님이 3년간 어떤 마음으로 영화를 준비해왔는지 알 수 있었다.”

“3D 그래픽으로 만든 가상의 공간에서 앵글을 미리 계획하고” 촬영을 시작했지만 막상 현장에선 “계획한 셋업표를 다 버려야” 했다. “상상한 것과 찍힌 것이 항상 달랐기 때문에” 그날그날 촬영을 끝낸 뒤 B, C 카메라의 오퍼레이터들, 감독과 다음날 촬영분을 다시 계획해야 했다. “워낙 한정된 촬영현장이어서 새롭게 나올 만한 게 별로 없었다. 마치 앵글을 연구하는 학술 모임 같은 분위기였다. (웃음)”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배우의 에너지”는 변봉선 촬영감독에겐 또 다른 촬영 포인트였다. “하정우의 에너지가 워낙 세서 카메라의 에너지도 절로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카메라는 인물을 앞질러 가는 게 아니라 인물에 반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스스로 낼 수 없는 에너지가 분명 있는데, 그걸 배우들이 줄 때가 있다. <파수꾼>의 이제훈과 <범죄소년>의 이정현이 그런 배우였다. 이런 배우들을 담을 수 있다는 건 내 복이 아니겠나.”

하고많은 영화 일 중 왜 하필 촬영을 시작했느냐고 물으니 “여전히 모르겠다”고 답한다.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촬영을 전공한 것도 “운이 좋아서였다”며 뒤로 뺀다. 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하던 변봉선 촬영감독은 “지금 하는 공부가 평생 도움이 안될 것 같다”고 생각해 “조금 관심을 두고 있던 쪽”으로 과감히 진로를 바꿨다. “좋아하는 방향을 찾다보니 만나게 된 지점”에 있던 작품이 동기인 윤성현 감독과 함께 작업한 <파수꾼>이었고, <파수꾼>은 변봉선 촬영감독의 “관심의 방향”을 좀더 영화로 돌려놓은 작품으로 남았다. “카메라가 눈에 띄기보다 배우의 연기나 감독의 연출 같은, 영화를 구성하는 여러 요소를 카메라로 잘 담아낼 수 있으면 그걸로 족하다”고 말한 그답게 지금 맡은 이현종 감독의 로맨틱코미디영화 <온리 유>도 마냥 예쁘게만 촬영하지는 않을 모양이다. 로맨틱코미디의 전형에서 약간 비껴나 “공간과 액션까지도 전부 잘 보이는, 귀여운 영화”를 기대해 달란다.

앵글 파인더

무거워서 요즘엔 어플로 대체하고 잘 안 쓰는 장비라지만 빠르기로는 앵글 파인더만 한 게 없다. “5초든 10초든 혼자 앵글 파인더를 보고 있는 짧은 순간은 오로지 저만의 시간이에요. 순간적으로 영화에 대해 많은 생각과 판단을 할 수 있어서 꼭 갖고 다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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