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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ash on] ‘생선’ 아니죠, ‘물고기’죠
정예찬 사진 최성열 2013-07-11

<슈퍼피쉬: 끝없는 여정> 송웅달 PD

“물고기 다큐멘터리계의 <킬 빌>, 물고기 올 노출 3D 리얼 다큐.” <슈퍼피쉬: 끝없는 여정>의 연출자 송웅달 PD가 영화에 대해 농담으로 붙여본 수식어다. 2012년 여름 KBS1에서 방영된 5부작 다큐멘터리 <슈퍼피쉬>는 제작비 20억원으로, 2년 동안 24개국을 돌며 촬영을 진행한 ‘대작’이다. 다큐멘터리로선 이례적으로 최고 시청률 13.8%를 기록하며 이미 검증도 받았다. 이번엔 아이맥스와 3D 기술을 덧입혀 극장 개봉을 앞두고 있다. 날것 그대로의 생생한 장면을 스크린에서 다시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송웅달 PD는 2005년에 제작한 <사랑> 3부작으로도 유명하다. 이번에는 물고기를 향한 그의 사랑 고백을 들어봤다.

-물고기를 소재로 다큐멘터리를 기획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6시 내고향>을 연출하며 물고기가 나오는 아이템의 시청률이 높은 것을 발견했다. 이유를 고민해보니 현대인에게 남아 있는 마지막 수렵활동이 바로 물고기잡이더라. 조사를 진행하며 인간과 물고기의 관계를 역사를 통해 탐구하게 되었고 거기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만들어지게 됐다.

-스토리텔링 방식이 흥미롭다. 물고기를 ‘연출’하며 어떤 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나. =펄펄 뛰는 물고기를 보여주고 싶었다. 한 마리라도 더 잡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인간들은 처절했고, 살고자 하는 물고기들은 더 절박했다. 살아서 움직이는 것에 대한 인간의 승부욕, 살아남기 위한 물고기의 투쟁, 두 욕망의 대결구도를 다루고자 했다.

-방송 당시에는 시도되지 않았던 3D 기술이 적용됐다. =사실 기획 단계부터 도입을 고려했던 부분이다. 장비의 규모와 통제의 어려움, 그리고 예산 등의 문제로 시도할 수 없었다. 물고기잡이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물고기의 ‘오라’(aura)를 관객에게 여과없이 전달하고 싶었다. 그 방편으로 아이맥스와 3D가 적용된 것이다. 나는 마탄자(바다를 가르는 긴 그물로 참치떼를 몰아넣어 잡는 이탈리아의 전통 참치잡이 방식)를 하늘에서 바라본 유일한 한국인이다. 슬프기도 하고 잔인하기도 하고 경이롭기도 한, 전쟁의 축소판과도 같은 현장을 생생하게 중계하고 싶었다.

-이 작품은 미국(PBS), 중국(CCTV), 일본(NHK)에 선판매되는 등 좋은 성과를 얻었다. 앞으로 작품 활동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까. =극장판까지 성과를 내게 된다면 우리나라의 제작 역량이 세계 유수의 팀들과 비교했을 때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을 얻게 되지 않을까. 해외 유명 다큐멘터리의 크레딧을 보면 참여 인원도 많을뿐더러 역할이 세세하게 분류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도 제작 시스템이 보완된다면 다큐멘터리로도 새로운 한류를 개척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음악감독을 맡은 이와시로 다로는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세계의 여러 거장들을 섭외하던 중 이와시로 다로가 적격이라고 판단했다. 영화 <살인의 추억>을 통해 한국 감독과 작업한 경력이 있어서 소통하기도 수월했다. 작품의 표현력을 배가하는 음악을 만들어주어 고맙게 생각한다. 처음에는 엔니오 모리코네와 연락도 해봤다. 한스 짐머와는 긍정적인 이야기들도 오갔지만 개런티 문제로 성사되지는 못했다.

-PD가 된 계기가 궁금하다. =90학번 전후의 세대가 본격적으로 영화와 음악 등 대중문화를 많이 접하기 시작했다. 고교 시절 막연히 영상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있었는데, 영화는 진로가 불투명하여 TV로 진로를 결정하게 됐다. 하다보니 벌서 18년차다. 그동안 PD로서 방송이라는 매체를 통해 불특정 다수의 대중과 소통을 해왔다. 반면, 영화는 매체의 특성상 적극적인 관객과 집중적인 소통의 시간을 갖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TV 방영 때보다 더 부담되지만 한편 설렌다.

-지금은 물고기가 물고기로 보이는가. =열심히 맛있게 먹고 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예전에는 그저 식재료의 하나로 접했지만 지금은 이 녀석들이 먼바다에서 헤엄치던 경이로운 생명체였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현대에는 물고기를 ‘물고기’가 아니라 ‘생선’으로밖에 만나지 못한다. <슈퍼피쉬: 끝없는 여정>을 보고 물고기를 식품이나 제품으로 인식하기 전에 먼저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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