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1년 당시 한국영화에선 보기 드문 이벤트가 있었다. 같은 원작을 영화화한 작품이 두편 나란히 공개된 것이다. 주연으론 당대 최고 스타인 김지미와 최은희, 두 사람이 각기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신상옥 감독의 <성춘향>과 홍성기 감독의 <춘향전>이다. 당시 관객은 <성춘향>의 손을 들어줬는데 여기엔 여러 원인이 있을 터다. 첫째는 신상옥 감독의 영화가 시각적으로 무척 화려하다는 점. 당시는 컬러영화가 본격적으로 소개되기 시작한 무렵이었는데 신상옥 감독은 일본에서 영화 현상을 하는 등 색채와 기술적인 부문에 남다르게 신경썼다. 홍성기 감독의 <춘향전>이 의상은 화려한데 비해 전체적으로 영화가 어둡다는 인상을 주는 반면, <성춘향>은 밝고 화사한 톤을 고수한다. <성춘향>이 담고 있는 현대적인 각색의 묘미도 적지 않은 원인이 되었을 법하다. 각색에 관한 연출자의 재기는 이도령과 방자의 대사에서도 드러난다. 이도령이 “춘향이를 나에게 데려오너라”라고 명하면 방자는 “네네. 시키는 대로 합죠. 금방 올게요”라며 금세 말대꾸로 되받는다. 양반과 하인의 대화가 아니라 동네친구끼리 장난치는 모습 같다. 4·19를 거쳐 민주화의 물결이 드세게 밀려들던 국내 정황에 비춰볼 때 당시 평단에서 “시대가 요구하는 것을 적절하게 읽은 영화”라는 반응이 나온 건 정확한 지적이다.
신상옥 감독의 <성춘향>은 고전의 낡은 틀을 지키는 대신, 몇 가지 새로운 에피소드를 끼워넣는다. 감독은 “제일 크게 생각하는 수확은 고무신 에피소드다. 원전 <춘향전>의 맹점이 뭐냐면, 춘향이랑 이도령이 한번도 만나지 않고 좋아하는 거다. 가까이 안 보고 예쁜지 안 예쁜지 어떻게 아나? 그걸 해결한 게 <성춘향>의 수확”이라고 자평한 바 있다. 이도령과 춘향이 처음 대면하는 데 고무신이 계기가 되는 걸 지칭하는 것이다. <성춘향>은 신상옥 영화답게 강렬한 원색의 미장센과 기술력, 오락영화의 덕목을 빠짐없이 구비한다. 우리가 알던 춘향이 낡은 옷을 벗고, 새옷을 갈아입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