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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할 만큼 순수하게!
송경원 사진 백종헌 2013-07-10

<순수의 시대> 안상훈 감독-캐스팅 중

제작 (주)화인웍스, 키메이커 / 감독 안상훈 / 출연, 스탭, 배급 미정 / 크랭크인 11월 / 개봉 2014년 하반기

시놉시스 여말선초, 조선 개국을 위해 살수로 살아온 남자 민재는 기녀 가희를 만나면서 낯선 행복을 느낀다. 한편 복수를 위해 살아온 가희는 계획적으로 민재에게 접근해 그의 첩이 되었지만 점차 그에게 빠져들면서 혼란에 휩싸인다.

조선 개국을 위해 명령에 따라 칼을 휘두르며 살아온 남자에게 뒤늦게 찾아온 사랑. 복수를 꿈꾸는 여자와 사랑을 꿈꾸는 남자 사이의 금지된 관계는 그렇게 시작된다. <순수의 시대>는 혼란스러웠던 고려 말 조선 초를 배경으로 하는 감성 사극이다. 시각장애인을 전면에 내세운 스릴러 <블라인드>에서 감각을 조여오는 듯한 연출로 호평을 받았던 안상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안상훈 감독은 특유의 섬세한 표현을 무기로 정쟁과 협잡이 난무하던 격변의 시대 한가운데 피어난 가장 순수한 감정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놓을 예정이다.

-차기작으로 사극을 선택했다. =세 번째 영화는 꼭 사극을 해보고 싶었다. 사극에 대한 열망은 학생 때부터 있었다. 영화과 재학 시절 <홍길동>을 리얼 사극으로 구상한 적도 있다. 사극은 사회 부조리나 계급간의 비극을 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효과적인 공간이다. <순수의 시대> 시나리오가 왔을 때 드디어 사극을 할 수 있겠구나 싶어 덥석 잡았다. (웃음)

-사극임에도 그리 큰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흔히 말하는 대하 사극은 아니다. 원래 버전은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처럼 안방 사극에 가까운 작은 이야기였다. 하지만 작다는 건 배경의 규모 문제일 뿐 감정적인 진폭은 매우 큰 이야기다. 단아하지만 격렬한. 기본적으로는 여성적인 시선에서 접근하려 한다.

-시대배경으로 여말선초를 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조선 건국 시기만큼 혼란스러웠던 때도 없었던 것 같다. 작게는 정권이 바뀌었고 크게는 국가의 정체성이 바뀐 시기다. 기본적으로 가족 안에서 벌어지는 작은 이야기이기 때문에 인물관계와 배경을 크게 키우고 싶었다. 주요한 감정은 남녀간의 사랑에 대한 것인데 그건 사실 현대극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지 않나. 사극은 사극이어야만 하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 힘없는 개인과 비극적인 운명 사이의 낙차를 최대한 키울 수 있는 시대가 필요했다. 적절한 지점을 찾아내기 위해 1년 정도 꼬박 시나리오와 함께 뒹굴었다.

-어떻게 프로젝트에 합류하게 된 건가. =원래 김세희 작가가 키메이커에서 개발 중인 시나리오가 있었다. 키메이커쪽에서 김민국 PD에게 공동제작을 제안했고 최종적으로 내가 합류했다. <두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의 김윤신 작가와 함께 각색 작업 끝에 얼마 전에 최종본이 나왔고, 현재 캐스팅 작업 중이다.

-마케팅 컨셉이 ‘조선판 <색, 계>’던데 격정멜로를 표방하고 있나. =기본적으로 사랑 이야기다. 정권을 잡기 위해 모략이 난무하던 시대에 피어난 순수한 사랑 또는 순수한 욕망. 남자주인공 민재는 정도전의 데릴사위고 여자주인공 가희는 이방원의 계략에 의해 그에게 접근한 팜므파탈이다. 두 남녀는 의도치 않게 순수한 사랑을 하게 되고 그 대가로 파국을 맞는다. 청소년 관람불가를 목표로 제작 중이다. 남녀간 감정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이니만큼 필요한 게 있다면 눈치보지 않고 보여주려 한다.

-제목이 ‘순수의 시대’인 이유를 말해달라. =마틴 스코시즈의 <순수의 시대>(The Age of Innocence)에서의 순수(Innocence)가 아니라 순수(Pure)에 가깝다. 그러니까 순수한 욕망, 순수한 애정, 순수한 사랑이 핵심이다. 한편으론 권력에의 욕망, 정욕, 혼란한 시기의 생존본능 역시 순수한 감정이다. 이처럼 잔인할 만큼 순수한 감정의 충돌이 정서의 뼈대다. 남녀의 성역할이 정해져 있는 노골적인 계급사회에서 이러한 순수성을 더 처절하게 보여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염두에 둔 배우가 있다면. =남자배우는 양조위 같은 분위기를 풍기면 좋겠다. 육체적인 섹시미를 넘어 40대를 넘어서야 지닐 수 있는 특유의 성적 매력이 있다. 여배우는 탕웨이나 아오이 유우처럼 순수에서 팜므파탈까지 소화 가능한 배우가 필요하다. 그러고 보니 조선판 <색, 계>라는 문구가 매우 적절한 걸지도. (웃음)

한줄 감상 포인트 미드 <스파르타쿠스>의 파격 액션에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데미지> <색, 계>를 관통하는 애증의 정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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