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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
2002-02-07

Saving Private Ryan 1998년,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출연 톰 행크스 [MBC] 2월10일(일) 밤 9시45분

1944년,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시작된다. 밀러 대위는 많은 부하들을 잃으면서 상륙에 성공한다. 의외의 명령이 밀러 대위에게 떨어진다. 행방조차 알 수 없는 라이언 일병을 찾아내 미국으로 귀환시키라는 것. 라이언의 형들이 모두 전사하자 그의 어머니를 위해 라이언만이라도 귀향시키기로 상부에서 결정한 것이다. 과연 이 엉뚱한 명령이 자신들 생명보다 소중한 것일까? 주저하고 욕하면서 밀러와 부하들은 라이언 일병과 함께 마지막 전투를 준비한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전쟁영화의 수작이 될 만한 요소를 지니고 있다. 초반부 전쟁신, 상륙보트에서 내린 미군이 독일군의 기관총 세례를 받고 떼죽임을 당하는 장면은 기가 막힌다. 창자가 쏟아지고 팔과 다리가 절단되며 머리가 부서져나가는 등 압도적인 장면이 20여분 동안 이어진다. 얼핏 냉정하게 촬영한 다큐멘터리 같지만, 막상 그렇지도 않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가 여느 전쟁영화 걸작에 비해 확연히 구분되는 건, 시점숏의 남용이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이야기를 풀어가다가 뭔가 적당한 탈출구가 없다 싶으면 여지없이 시점숏을 써먹는다. 전쟁터의 흥분과 공포심을 표현하기엔 적절한 방법이지만, 이를 좀 과용하는 편이다. 현장감과 전쟁의 비참한 살상극에 비해 영화가 전하려는 메시지가 너무나 초라함을 확인할수 있는 건 후반부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전쟁과 인간, 임무와 개인적 고뇌 사이의 충돌, 어느 미국 시민의 영웅적 행동 등의 플롯을 하나씩 풀어간다. 영화의 작은 에피소드는 보는 이의 심금을 울린다. 전투에 경험이 없는 병사가 다른 동료의 죽음 앞에서도 벌벌 떨면서 몸을 웅크릴 때 묘한 분노와 동정심이 함께 솟구친다. 어쩌면 영화의 어설픔은, <라이언 일병 구하기>가 휴먼드라마와 미국식 영웅담에 안착한다는 데 있는지도 모른다. 스필버그는 전쟁이라는 살풍경한 지옥도 앞에서 관객이 어느 시점에서 손수건을 꺼내 눈물 흘려야 하는지 지나치게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미국은 위대하다는 지긋지긋한 예찬론마저 곁들인다. 어느 해외 비평가는 “채플린 이후 관객의 눈물에 호소할 줄 아는 유일한 연출자”라고 격찬했지만, 심한 비약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