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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영화] 엔트랩먼트
2002-02-07

Entrapment 1999년, 감독 존 아미엘 출연 숀 코너리 [MBC] 2월9일(토) 밤 11시10분

“난 결코 늦는 법이 없어. 내가 늦었을 때는 이미 죽은 거야.” <엔트랩먼트>는 숀 코너리를 위한 영화다. 제작과 배우를 겸한 영화에서 숀 코너리는 스스로를 우상화하는 만용을 부린다. 환갑이 지난 나이에 액션 연기는 물론이며, 나이가 절반밖에 되지 않은 여배우와 달콤한 로맨스까지 나눈다. 그런데 <엔트랩먼트>를 보면 그의 캐릭터가 과장되었다는 느낌은 별로 들지 않는다. 여전히 근사하고, 쿨하게 신사적이므로. 숀 코너리의 파트너로는 캐서린 제타 존스가 출연하고 있는데 그녀 또한 평범하진 않다. 몸에 딱 달라붙는 복장으로 도둑질 연습에 골몰하는 그녀는, 숀 코너리는 물론이고 관객마저 순식간에 홀린다. 두 남녀는 서로를 의심하고 경계하면서 한편으로 열렬한 감정적 끌림을 느낀다. 둘의 치밀한 두뇌게임은 영화 끝까지 이어지는데 결말은 실망스러운 구석이 있다. 어이없이 모든 극적 장치가 허물어지면서 얼결에 낭만적인 결합으로 결판나는 것. 심지어 신파스런 대목도 있다니!

<엔트랩먼트>의 로버트 맥두겔은 미술품 전문절도로 평생을 보낸 도둑이다. 뉴욕에서 렘브란트 그림이 도난당하자 보험회사에선 맥두겔을 범인으로 지목한다. 하지만 마땅한 물증이 없는 상태. 회사에선 미모의 여직원 버지니아 베이커를 그에게 접근시킨다. 서로의 정체가 분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베이커는 동업을 제안한다. 진기한 중국가면을 훔치는 데 성공한 두 사람은 말레이시아의 금융결제은행에서 80억달러를 훔치는 작전을 모의한다. <엔트랩먼트>는 <카피캣>과 <써머스비> 등을 연출했던 존 아미엘 감독작이다. 존 아미엘 감독은 평이한 장르영화를 만들면서, 눈에 띄는 장면을 창조해내는 재주가 있다. 숀 코너리와 캐서린 제타 존스가 높은 건물 사이에 매달린 채 탈출을 행하는 액션장면, 현란한 경보망을 뚫고 물건을 훔쳐내는 등 아찔한 쾌감을 준다. 뉴욕과 런던, 스코틀랜드는 물론이고 아시아 지역까지 로케이션을 감행하면서 영화는 풍성한 볼거리를 갖춘다. <엔트랩먼트>는 할리우드 스타의 관록과 힘을 새삼 되새기게 하지만 범작이 아니라 하긴…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