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CGV가 부율 조정안을 발표했지만 스크린 독과점 해결을 위한 추가 대안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6월20일 우리나라 최대 극장 기업인 CJ CGV는 서울지역에 한해 한국영화 부율을 55 대 45(배급사 대 극장)로 바꾼다고 발표했다. 기존 50 대 50에서 극장의 지분을 약간 줄이고 제작 및 투자사의 지분을 늘린 것이다. 이는 한국 영화계의 숙원이었기에 일단 환영할 일이다. 하나 아무리 부율을 조정해도 지금처럼 스크린 독과점이 계속되고 극장 마음대로 교차상영을 하며 자신들의 수익을 극대화한다면 이런 부율 조정은 별 소용이 없다. 흥행의 양극화 현상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돈 되는 영화는 극장을 독점하며 초대박이 나지만 망하는 영화는 곧장 극장에서 쫓겨나 쪽박을 차기에 영화 만들기는 점점 도박성이 짙어지고 용기있는 기획은 나오기 힘들어진다. 게다가 자본주의 자유시장경제에서 극장의 양심적 상행위를 촉구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자본주의 종주국 미국엔 왜 스크린 독과점이 없을까? <아이언맨3>가 한국의 모든 멀티플렉스에서 절반 이상의 상영관을 잡아먹으며 난리를 쳤건만 왜 정작 미국 멀티플렉스에선 2개 정도의 상영관만 은밀히(?) 차지했을까? 답은 바로 부율, 정확히는 슬라이딩(변동) 부율에 그 비밀이 있다. 미국의 부율은 우리나라처럼 고정이 아니라 변동이다. 즉, 첫주에 극장이 가져가는 몫은 매우 적지만 3~4주차가 될수록 오히려 많아진다. 1주차엔 극장이 20, 제작 및 투자사가 80의 수익을 가져갔다면, 4주차엔 그 비율이 50 대 50으로 똑같아지고 그 이후는 극장이 더 가져가는 식이다. 그러므로 극장 입장에선 자기들 수익이 별로 없는 첫주에 구태여 상영관을 많이 내줄 필요가 없다. 대신 뒤로 갈수록 극장이 돈을 많이 버는 구조이므로 오래 걸어놓는 게 이득이다.
물론 재미없는 영화는 아무리 걸어놔도 관객이 들지 않겠지만 극장 입장에선 한푼이라도 더 건지려면 무작정 상영 종료를 할 수는 없다. 이처럼 양의 룰이 아닌 시간의 룰로 짜인 게임은 모두에 이익이다. 관객은 보고 싶은 영화를 자기 삶의 속도에 맞춰 천천히 볼 수 있고, 다양한 영화를 볼 권리를 뺏길 일도 없다. 제작/투자사들은 1~2주차에 사람들이 몰리면 수익이 가장 높아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영화가 극장에서 빨리 사라질 걱정은 없기에 최소한의 수익은 보장받을 수 있다. 극장들은 처음엔 맛보기로 조금 걸었지만 2∼3주차에 입소문이 좋아 관객이 몰리면 적극적으로 극장을 열어 수익을 극대화할 수도 있다. 슬라이딩 부율. 이제 우리도 한번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더이상 극장을 신호 위반이라 욕하지만 말고 불합리한 도로 구조를 바꿔 서로가 윈윈하면 참으로 좋지 아니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