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의 국정철학에 걸맞게 조세 지원 정책의 패러다임도 적극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매년 이맘때 기획재정부는 각 부처와 주요 기업 등을 통해 조세감면건의서를 받는다. 이에 따라 조세특례제한법을 중심으로 각종 법령을 제/개정하고 세금 감면 대상을 늘리거나 줄인다. 대부분의 산업 분야에서 이 과정이 매우 치열하게 진행되는데, 그 결과에 따라 적게는 수십억, 많게는 수천억원의 세금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조업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는 현 제도하에서 받을 수 있는 혜택은 매우 미미하기에, 영화를 비롯한 콘텐츠 산업 분야는 이에 대한 관심이 놀라울 정도로 적다. 내야 할 세금이 있어야 감면도 받을 텐데, 업계 현실상 세금을 낼 정도로 수익을 내는 회사가 별로 없다는 점도 관심없는 이유 중 하나다. 이렇다보니 조세 지원이 산업 전반에 걸친 구조적 지원이 아니라 소수 기업에 대한 특혜가 되어버려 정부 입장에서는 정책적 부담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이 정부의 모토가 창조경제 아니던가? 조세 지원 정책에 대한 패러다임도 그에 맞춰 좀더 적극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 대표적인 방안이 문화예술 투자금에 대한 전면 세액 공제이다. 예를 들어 영국은 모든 영화 제작에 투자한 자금을 ‘세액공제’해주는 방식으로 외부투자를 영화산업에 수혈해준 바가 있다. 덕분에 고액 연봉의 30~40%를 세금으로 납부해야 하는 프리미어리그 스타들이 주요 투자자가 되는 진기한 일도 벌어졌다. 어차피 내야 할 세금을 영화에 투자해서 브랜드 이미지도 개선하고, 수익도 챙기는 일석이조의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영국 영화산업을 지탱하는 강력한 힘이 되었다. 해외 조세 피난 지역에 대피하려는 수많은 자금을 이렇게 합법적으로 국내 콘텐츠 산업에 선순환시키는 것이 창조경제라는 국정철학에 부합하는 방법 아닐까.
또 문화예술 관련 활동이 국민의 행복 추구와 삶의 질 개선에 필수라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개인별 소득세 감면 항목에 문화예술 관련 지출을 포함시키는 것과 개별 문화상품에 포함된 부가세를 면제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현재는 교육비와 의료비 지출만이 소득공제 대상이며, 부가세 면세 대상은 출판물에 한정되어 있다. 극장, 공연장, 전시관, 도서, 음반, 디지털 콘텐츠 등 문화예술 관련 지출을 여기에 포함시킴으로써 ‘콘텐츠 소비자’의 세금 부담을 줄여주는 동시에 관련 업계에 대한 간접적인 지원효과도 거둘 수 있다. 이는 정부의 국정철학을 대외적으로 선언할 수 있는 상징적인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정부가 자잘한 지원책을 내놓기보다 통 크게 한 걸음 내딛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언제까지 쥐꼬리만 한 지원금에 어깨춤만 추게 할 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