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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주의 TVIEW] 프런코 미션 성공?

디자이너 장옥정은 <장옥정, 사랑에 살다>에서 어떻게 지내나

SBS 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

뒤쫓는 자들의 눈을 피해 으슥한 창고로 숨어든 세자 이순(아역 최상우)과 옥정(아역 강민아). 고개를 돌려 옥정에게 말을 걸려던 이순은 저고리 동정 틈으로 엿보이는 소녀의 가슴 위 쇄골과 얼굴의 보송한 솜털에서 시선을 돌리지 못한다. “너의 신분을 미천하지 않게 만들어주는 옷이면 내가 구해줄 수 있다. 나의 빈이 되거라. 약속하마, 내가 꼭 너의 옷이 돼주마.” 하지만 궁에 돌아온 이순은 권력을 쥐고 있는 신하들에게 치욕을 당하고 앓아누운 뒤, 왕세자로서의 분노에 눈을 뜨고 잠깐의 풋사랑을 묻어두기로 마음먹는다. 왕이 될 소년과 그의 빈이 되기로 약속한 소녀 사이를 정치와 권력이 방해하는 이야기. SBS 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의 초반부는 MBC <해를 품은 달>과 꽤 유사하다. 그러나 훤(여진구)과 연우(김유정)가 서신을 교환하며 서로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키워가던 것과 비교하자면 옥정에게 반한 이순의 첫사랑은 신체의 일부분이 불러일으킨 호기심, 성적인 매혹에 눈을 뜨는 순간과 함께한다. 순수를 절대명제로 삼던 드라마 속 첫사랑들을 떠올려보면 상당히 파격적인 설정이다.

천진했던 어린 옥정과 마찬가지로 성장한 옥정은 과장된 교태나 요염한 장희빈의 이미지와 거리를 두고 있다. 성인이 된 이순(유아인)에게 옥정은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이상할 정도로 자주 마주치는 인연이고, 위급할 때마다 나타나 목숨을 구해준 은인이며, 세자빈과의 첫날밤에 대례복을 풀다 멈칫거리게 하는 얼굴이다. 어린 시절의 매혹이 특별한 소녀를 향한 것이었든 잊어도 좋은 잠깐의 스침이었든 간에 이순이 옥정과 마주칠 때마다 차근차근 마음을 쌓는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정작 이순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이 옥정의 매력에 반응한다는 점이다. 극중 옥정은 쾌활하고 당당한 성품인데 예쁜 외모 때문에 “반반한 얼굴 하나 믿고 요사를 떤다”는 등의 수모를 겪고, 침방나인으로 궁에 들어가 빨래를 할 때는 대비 김씨(김선경)로부터 “저리 색기가 흐르는 년은 주상(유아인) 근처에서 멀찍이 치워야 한다”는 평가를 듣는다. 줄곧 교태와 거리가 먼 서글서글한 미인을 연기하던 김태희가 빨래를 하면서 색기를 흘리는 엄청난 미션을 받은 셈. 여기서 색기가 없으면 대비가 헛것을 본 것이요. 대비 말대로라면 어릴 땐 옥정에게 홀렸던 이순이 성장한 뒤에는 그녀에게 크게 반응하지 않는 철벽의 남자가 되는 것이다. 결과는 어떨까? 빨래하는 옥정을 묘사하자면-굳이 색기라고 부를 것까지는 없지만 아주 없다고도 할 수 없는 애매한 모습으로 고비를 넘어간다.

드라마의 제목이 ‘장희빈, 사약에 죽다’가 아니라 ‘장옥정, 사랑에 살다’인 만큼 왕의 여자로 내려진 빈호나 그악스러운 악녀 이미지 대신 그녀의 이름을 내세우고 조선 최초의 디자이너로 삼아 재능을 보여주려는 의지는 상당하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에피소드 나열에 급급한 나머지 재능을 보여주고 설득하는 것에 대한 고심이 부족하다. 바느질을 해본 적 없는 어린아이가 아버지의 수의를 뚝딱 만들고, 조선판 런웨이에 모델을 세워 디자이너로 피날레를 장식한다. 세자빈 간택 중 치마에 음식 얼룩이 진 아가씨를 위해 순식간에 다홍치마를 지어 입히는데 역시 과정은 생략. 활약이 늘어가고 의도한 대로 착실하게 반응해주는 이들이 늘어날수록 그녀의 재능은 점점 희극에 가까워가지만, 그래도 다행인 점은 숙종을 사이에 둔 인현(홍수현)과 함께할 때다. 옥정과 뜻이 다르고 취향이 다른 인현과 함께할 때면, 옥정이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도 전보다 뚜렷해지더라. 숙적인 두 사람이 함께 갈 길이 아직 멀다.

천 상궁 마마님, 어째서?

침방나인을 총괄하는 천 상궁(장영남)은 매서운 눈썰미로 나인들을 벌벌 떨게 하는 인물. 첫 등장부터 나인들의 옷차림을 점검하며 ‘제 매무새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감히 뉘 옷을 만드느냐’ 불호령을 내릴 때만 해도 옥정이가 크게 혼이 날까 걱정했는데, 웬걸, 옷섶이 접혀 있는 나인에겐 독설을 퍼붓던 천 상궁은 다른 나인들이 입은 것보다 족히 20cm는 짧아 보이는 옥정의 저고리를 보고도 암말 없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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