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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FF 37.5] 이 영화는 내가 찜했어
윤혜지 사진 최성열 2013-04-30

전주국제영화제 해외담당 코디네이터 박홍식

“영화에 관련된 일이라면 안 해본 일이 거의 없다”는 말처럼 박홍식 코디네이터의 이력은 화려하다. 모션 그래픽, 애니메이션, 방송, 광고작업도 해봤고, 한때는 영화잡지 <필름2.0>에서 취재기자로 일하기도 했다. USC(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로 날아가 영화연출도 공부했다. 유일하게 안 해본 일이 영화제 스탭이라 프로그램팀에 들어왔다고. 그가 맡은 업무는 해외영화를 수급하는 일이다. 장편경쟁부문엔 엄청난 양의 영화가 들어오기 때문에 프로그래머가 그 많은 영화를 다 볼 수가 없다. 그래서 코디네이터들이 먼저 영화를 보고 괜찮은 영화를 고른다. 출장 중일 때 해외 마켓에 좋은 영화가 있으면 직접 협상도 한다. 이 과정은 일종의 힘겨루기다. 좋은 영화는 모두 탐내기 때문에 다른 영화제와의 경쟁 구도도 생긴다. 초청 이후 기술적 정보나 크레딧을 정리해 티켓 카탈로그를 만드는 작업도 맡아한다. 최종적으로 프린트를 인계하면 그의 업무도 끝이 난다.

박홍식 코디네이터는 좋은 영화를 최초로 발견할 때 특히 코디네이터로서 행복을 느낀다고 한다. 영화 마니아들 사이에선 유명한데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돈 코스카렐리 감독의 <어쨌든 존은 죽는다>를 베를린에서 발견해 올해 전주까지 가져온 사람도 그다. “베를린 마켓에서 아무도 주목하지 않아 썰렁하게 남아 있던 돈 코스카렐리 감독의 신작을 내가 제일 처음 발견했다. 그때의 짜릿함은 아무도 모를 거다.”

“우리 세대는 어렸을 때 좋은 노래가 있으면 라디오를 들으며 테이프에 녹음해 주변에 선물했다. 영화제 스탭의 마음도 비슷하다. 좋아하는 걸 더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코디네이터의 일이 마냥 로맨틱하지만은 않은 것 같다. 눈치싸움과 정보전은 물론이고 정치적 기싸움도 개입되기 때문에 전쟁과 다름없다. “유학 시절 교수님이 영화 만드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파는 건 아무나 못한다고 하셨다.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하지만 그럴수록 프로그램팀은 관객을 생각하며 일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협상 중엔 괴팍한 상대도 만나게 되고, 자존심 상하는 경우도 종종 일어난다. 그러면 협상 자체를 포기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싫더라도 그 영화가 관객이 보고 싶어 하는 영화일 수 있고, 꼭 봤으면 하는 중요한 영화일 수도 있다. 그럴 땐 그냥 끝까지 물고 늘어진다. 힘들지만 이 영화를 보고 좋아할 관객을 생각하며 이 과정을 감당하는 게 프로그램 팀의 일이다.” 코디네이터로서 의무감과 만족감을 동시에 느끼는 부분은 ”영화사적으로나 그 나라의 역사적 맥락 안에서 의미있는 작품을 소개할 때”다. 꼼꼼한 눈을 가진 그가 특별히 추천하는 작품은 <써클즈>다. “구원과 화해라는 보편적인 가치를 다루면서도 관습적이지 않다. 관객을 잡고 흔드는 힘이 있기 때문”이란다. 놀랍게도 경력있는 프로그래머가 할 법한 말들을 줄줄이 내놓는 박홍식 코디네이터는 영화제 스탭으로서는 올해 전주가 첫 일터다. 그가 꿈꾸는 “새로운 전주”에 대해서도 물었다. “로테르담영화제에서 인터랙티브영화를 소개하는 걸 본 적이 있다. 앉아서 영화만 보는 게 아니라 관객이 영화의 내적 세계에도 침투하더라. 현실적으로 구현하는 건 아직 힘들겠지만 언젠가 전주에서도 미디어아트를 실험영화와 접목하는 시도를 하고 싶다. 전주만이 낼 수 있는 하나의 색깔이 되지 않을까 내심 기대한다.”

트렌치코트

“여행 가방을 꾸릴 때 가장 먼저 챙기는 건 트렌치코트다. 주머니가 넉넉해 지도, 카메라, 수첩까지 한번에 수납해 다니기 편리하고, 보온•방수 기능도 탁월해 갑작스런 기후 변화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평소에 입기도 편안하지만 예상치 못한 파티나 공식적인 모임에 입어도 멋스럽다. 이보다 완벽한 해외출장 아이템이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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