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동화 중 하나인 <피노키오>. 하지만 많은 동화들이 그렇듯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이야기는 원작과는 사뭇 다른 버전이다. 피노키오 탄생 130주년을 기념하여 이탈리아의 장인들이 모여 만든 <피노키오: 당나귀 섬의 비밀>은 1880년 카를로 콜로디가 쓴 원작 <피노키오의 모험>을 130년 만에 되살려냈다. 사람 흉내만 내는 목각인형이 아니라 진짜 피노키오를 만들어낸 엔조 달로 감독에게 그 비밀을 물었다.
-디즈니 버전의 <피노키오>와 당신 영화와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 =나는 과거의 그 어떤 다른 버전에도 영향을 받지 않고 순수하게 원작에서 출발했다. 관객은 원작이 원래 갖고 있던 몇몇 요소를 처음으로 발견할 것이다. 예를 들면 투스카니의 멋진 풍경이나 파란 머리 요정(원작에서 이 요정은 성인 여성이 아니라 소녀였다) 같은. 이 영화의 배경인 투스카니 지역은 실제 카를로 콜로디(<피노키오의 모험> 원작자)가 원작 소설의 배경으로 삼았던 장소들이며 실제로 그가 살았던 곳이다.
-동화는 엄격한 교훈극인 데 반해 <피노키오: 당나귀 섬의 비밀>은 그보다 훨씬 따뜻한 느낌이다. =나는 나의 모든 작품들에 도덕성을 집어넣길 좋아한다. 그러나 아이들을 범죄자처럼 취급할 마음은 전혀 없다! 나는 좋은 음식들을 준비하려고 노력했고 손님들은 자신의 기호에 따라 음식에 대한 다양한 평가를 내릴 수 있다. 그게 훌륭한 저녁식사 아닌가. 즉, 영화는 토론과 사고를 위한 하나의 도구여야 한다는 말이다. 내가 이 영화를 피노키오의 관점에서 만들었는가 아니면 제페토의 관점에서 만들었는가 하는 것도 하나의 토론거리가 될 수 있지 않겠나.
-사실 <피노키오>는 다양하게 해석할 여지가 있는 복잡한 이야기지만 영화는 참 쉽고 친절하다. =내가 한 일은 내 영화의 타깃층이 이 이야기에 접근하기 가장 쉬운 형태로 원작을 변형시키는 일이었다. 애니메이션은 강하고 중요한 이야기를 좀더 가볍고 시적으로 말할 수 있게 해준다. 부산국제영화제를 포함하여 이 영화를 상영하는 모든 곳에서의 관객 반응, 특히 꼬마 관객이 이 이야기에 푹 빠져서 집중하는 모습을 보는 건 행복한 경험이었다.
-한편으론 아버지 ‘제페토’가 주인공 같기도 한데. =이 이야기를 소재로 하는 많은 영화나 작품들이 곧잘 놓치는 것이 바로 제페토다. ‘나무를 조각하여 물리적으로 어린아이를 만드는 이 목수’는, 자녀에게 삶의 모든 기대나 책임을 전가하는 아버지에 대한 현대적인 메타포이다. 그는 자신의 아이가 본인과 똑같은 생각을 하고 동시에 자신이 실패한 부분에 있어서 자식은 성공하길 원한다. <피노키오>는 제페토가 진정한 아버지로서 자신을 발견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원작 소설 속 대사의 상당 부분을 그대로 가져왔다고 들었다. =책이 피노키오를 완벽하게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대사들은 놀랍게도 아직까지 현재성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어떤 대사를 가져왔는지 여기서 구체적으로 말하는 것은 힘들다. 왜냐하면 원작 속 대사의 리듬과 억양에는 조아키노 로시니(이탈리아의 오페라 작곡가)의 음률과 리듬이 녹아들어 있기 때문이다. 일종의 오페라와 유사한 형태라고 할까.
-음악감독을 맡은 루치오 달라(가수 겸 작곡가)의 마지막 참여 작품이란 점에서 의미가 남다를 것 같다. =루치오는 투어를 떠나기 며칠 전 이 영화를 위한 음악 작업을 마쳤다. 그러나 그는 불행히도 스위스의 몽트뢰에서의 첫 투어 일정을 마친 다음날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루치오는 멋진 사람이었고, 전문가이자, 친구였다. 이 영화를 그에게 바친다.
-차기작에 대한 계획은. =현재 TV시리즈 <피피푸푸와 로즈마리>를 만들고 있다. 세 마리의 강아지가 전세계를 여행하는 내용이다. 시즌1, 2는 성공적이었고, 현재 시즌3와 TV스페셜을 작업하고 있다. 유튜브에서도 볼 수 있다는 걸 알아 두시길!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