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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블랙박스] 보인다고 외설이냐

노출 가리고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으로 개봉한 <홀리모터스>

<홀리모터스>(사진)는 제한상영가 등급을 조정하기 위해 문제가 된 장면 중 일부를 가리고 개봉했다.

영화 <홀리모터스>가 장면 중 일부를 가리고 개봉했다.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가 제한상영가 등급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남성의 발기된 성기가 1분55초간 노출되는 것이 문제였다. 언론 등이 이의를 제기하자 영등위는 문제가 없음을 재차 강조했다. 정말 <홀리모터스>의 등급 결정에는 문제가 없었을까? 영등위는 그간 모호하다고 지적받아온 등급분류 기준을 구체화한 새로운 영화등급분류기준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고, 우리나라 등급분류제도는 영화의 예술성이나 작품성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며, 영화제에서 상영된 영화라도 나라마다 상업적인 목적으로 유통 시 등급분류기준에 따라 상영하고 있으니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논란의 여지는 여전하다.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영비법) 제29조는 제한상영가의 대상이 ‘선정성/폭력성/사회적 행위 등의 표현이 과도한 영화’가 아니라, ‘선정성/폭력성/사회적 행위 등의 표현이 과도하여 인간의 보편적 존엄, 사회적 가치, 선량한 풍속 또는 국민 정서를 현저하게 해할 우려가 있어 상영 및 광고/선전에 일정한 제한이 필요한 영화’라고 규정한다. 문제의 장면은 ‘인간의 보편적 존엄이나 사회적 가치, 선량한 풍속 또는 국민의 정서를 현저하게 해할 우려’가 있는가? 영등위는 그렇다고 했지만, 영화를 본 많은 사람들은 동의하지 않는 듯하다.

이에 대해 영등위는 ‘등급분류제도가 영화의 예술성이나 작품성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고 답했다. 이런 판단은 더 큰 문제다. 영등위는 영비법에 의해 설치되었기에 영비법의 목적에 부합해야 한다. 영비법의 목적은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고 영상산업의 진흥을 촉진함으로써 국민의 문화생활 향상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이바지함’이다. ‘영상물의 윤리성 및 공공성을 확보하고, 청소년을 보호’하는 활동은 법의 목적 안에서 이행되어야 한다. 등급분류를 하되, 예술성과 작품성이 있는 작품이 영화 전체의 맥락과 상관없이 검열되지 않도록 해야 마땅하다. 그래야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질적 향상도 가능하고 국민들의 문화생활도 향상될 수 있다. 성기가 나오는 장면을 찾고 지속 시간을 측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면, 굳이 법이 ‘문화예술, 영화 및 비디오물과 그 광고/선전물, 청소년, 법률, 교육, 언론 분야 또는 비영리민간단체 등에서 종사하고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사람 중에서’ 영등위 위원을 선임하도록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전문성과 경험에 걸맞은 활동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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