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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주의 TVIEW] 현실이 어두우니…

<신입사원>부터 <직장의 신>까지, 드라마 속 면접수난기

KBS2 드라마 <직장의 신>.

‘만남의 광장’에 진입하려면 우선 고속도로를 타고 톨게이트를 통과해야 하는 법. 야근 중에 그가 내미는 초밥 도시락을 나눠먹으며 일과 사랑을 성취하려면 우선 취직을 해야 한다. 이때 채용면접장은 여주인공이 유학파 본부장님 또는 실장님과 두 번째 조우하는 장소가 되고, 해프닝으로 쌓은 인연은 면접의 하이패스가 되어주는 셈. 이것이 처지를 보완하는 인맥과 연줄이란 것은 SBS 드라마 <청담동 앨리스>의 마지막 회에서 밝혀진다. 다시 취업전선에 나선 한세경(문근영)이 의류회사 면접에서 아르테미스 회장의 비공식 스타일리스트였다는 것을 어필하자 면접관들은 그녀가 한때 패션업계 거물의 피앙세였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점수를 고친다. ‘조금 전까지 난 D였을 거다. 그리고 이젠 A로 매겨지겠지. 헤어지고 나서야 난 정말 그 사람을 이용하게 되었다.’

트렌디 드라마에서 근사한 전문직으로 자아 실현하던 주인공들은 구조조정으로 인한 대규모 실업사태를 꿈으로 버티는 백수시대를 지나, 취업경쟁 앞에 선 구직자 수난시대에 도착했다. 부모가 등짝을 후려쳐도 넉살로 넘기던 그들은 이제 집안의 빚은 물론 본인의 학자금 대출 등으로 미래를 저당잡힐 위기에서 거듭 면접장으로 향한다. MBC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의 백진희는 ‘짜장면을 10초 안에 먹으면 합격시켜주겠다’는 중소기업의 자수성가형 사장 앞에서 9.74초 만에 짜장면을 흡입하고, 자신에겐 아무것도 묻지 않는 면접관을 바라보던 SBS 드라마 <보스를 지켜라>의 노은설(최강희)은 스펙보다 관상과 손금을 중요하게 본다며 손을 주무르던 치욕적인 지난 면접의 기억을 떠올린다. 무시와 모욕, 때로 성추행을 견디다 터져나오는 울분과 자조가 가득한 면접장은 어렵게 취직이 되어도 비정규직이나 계약직의 경우, 종이박스에 개인 물품을 챙겨 퇴사하는 날까지 이같은 모욕이 쭉 이어질 것이라는 예언의 장소처럼 보이기도 한다. 일본 <NTV>의 드라마 <파견의 품격>을 리메이크한 SBS <직장의 신>에서 파견회사를 통한 정주리(정유미)의 계약직 면접 장면은 큰 기대를 주려 하지 않는 면접관(이희준)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을 반짝이는 지원자 사이의 대화가 이어진다. “근무하게 되시면 일단 첫 계약은 3개월입니다. 물론 정규직 전환 기회가 있지만 시간이 꽤 걸릴 거예요. 사실상 정규직 전환이 안될 수도 있어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와이장에 지원한 거예요. 저는 메주거든요. 지방 캠퍼스 출신, 토익도 겨우 700점. 스펙도 능력도 없는 (중략) 3개월이건 6개월이건 묵혀서 잘해내겠습니다.”

영화 <내 깡패 같은 애인>에서 면접수난을 겪었던 정유미에게 또다시 ‘남자친구 있느냐’는 둥 수작을 거는 장규직 역의 오지호. 그가 LK 특채 이봉삼 역으로 출연했던 MBC 드라마 <신입사원>은 계약직 고용불안 이슈를 처음 수면 위로 올린 드라마였다. 봉삼이 버린 여자 이미옥(한가인)은 5년간 LK의 계약직으로 근무하다 특별한 이유 없이 재계약에서 탈락하고 회사 로비에서 1인 시위를 벌인다. 사무용품을 치워버린 책상에 망연히 앉아 있던 미옥은 이후 드라마 속 계약직 사원의 조상님 같은 존재다. <신입사원>은 전산 오류로 만점을 받고 면접 해프닝 덕에 입사했던 주인공 강호(문정혁)를 비롯해 봉삼도, 미옥도, 강호 친구인 고학력 백수까지 모두 대기업 LK 안에서 정규직으로 해피엔딩을 맞았다. 어쩐지 부록 같은 판타지인데, 현실의 음영을 더욱 짙게 드러낸다.

면접체험 극과 극

취업포털사이트 조사에 따르면 대기업 평균 면접비는 3만2천원선. 한데 눈이 돌아갈 정도의 면접비를 받은 사내가 있다. SBS 드라마 <마이더스>의 사법연수원생 김도현(장혁)은 로펌 면접 뒤 면접비로 1억원을 받는다. 반면, 혹독한 시련의 케이스도. KBS 드라마 <영광의 재인>에서 거대상사에 지원한 김영광(천정명)은 ‘벽돌 하나당 100만원이니 원하는 연봉만큼 자루에 담으라’는 말대로 서른다섯장을 챙겼다. 하지만 자루를 메고 10분 내에 33층 옥상까지 걸어올라오는 지원자만 개별면접 기회를 주겠다는 반전에 70kg이 넘는 자루를 짊어지고 힘겹게 계단을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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