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4월10~12일 장소: LG아트센터 문의: 2005-0114
동시대 러시아 연극을 대표하는 상트페테르부르크 말리 극장의 연출가 레프 도진은 인간에 대한 깊고 통찰력 있는 시선과 느리고 깊은 호흡으로 연극을 만들고 있는, 진정한 우리 시대의 거장 중 한 사람이다. 네 번째로 한국을 찾는 그가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은 체호프의 4대 비극 중 하나이자 가장 복잡한 작품으로 손꼽히는 <세 자매>다.
<세 자매>는 이상을 꿈꾸지만 언제나 실패할 수밖에 없는 삶, 그럼에도 계속 살아나가야 하는 인생의 슬픈 본질을 그린 작품이다. 러시아 지방 소도시에 살고 있는 세 자매와 그 주변 인물들의 사랑과 배신, 희망과 좌절을 그리고 있는 이 작품을 도진은 보다 인간적인 시선으로 해석해냈다. 특히 각각의 캐릭터들에게 새롭고 인간적인 면을 찾아내 사랑과 회피, 연민과 무지, 공감과 무관심을 섞어 복합적인 성격을 창조해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도진의 무대는 언제나 심플하지만, 그 단순한 장치가 작품의 주제와 어우러져 강력한 메타포를 지니고 다가온다. 2010년 내한작이었던 <바냐 아저씨>에서 공중에 걸린 건초더미가 삶의 무게를 은유적으로 보여주었다면, <세 자매>에서는 무대 뒷면에 서 있던 2층 주택이 공연이 진행되면서 차츰 무대 앞쪽으로 나와 무대와 인물들을 통째로 삼켜버린다. 점점 더 현실 속에서 설 곳을 잃어가는 인물들의 상황을 단순하면서도 명료하게 보여주는 장치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