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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 업] 또 다른 사각의 링
송경원 2013-03-26

<지.아이.조2>로 한국 찾은 스타 프로레슬러이자 배우 드웨인 존슨

근육질의 거인이 들어서자마자 넓은 홀이 꽉 찬 듯하다. 미국의 프로레슬링 단체인 WWE의 스타 프로레슬러인 ‘더 록’ 드웨인 존슨이 그 주인공이다. 우리에겐 프로레슬러로 더 유명하지만 그는 2011년 할리우드 흥행배우 랭킹에서 무려 7위를 기록한 스타 배우이다. 태생적으로 좌중을 압도한다는 말이 어울리는 그의 첫인상은 의외로 지적이다. <지.아이.조2>(2013)를 홍보하며 신중하게 단어를 고르는 모습에서 거대한 육체가 아닌 차분한 언변으로 다듬어진 존재감을 느낄 수 있다. 프로레슬링과 영화, 두 엔터테인먼트 분야를 정복한 스타의 낮고 묵직한 목소리를 들어보았다.

-2013년 WWE에서 헤비급 챔피언 우승 타이틀을 다시 거머쥐었다. 축하한다. =감사하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성원으로 WWE 사상 8번째 챔피언에 오를 수 있었다. 프로레슬링은 할아버지와 아버지(로키 존슨)에 이어 3대째다. 할아버지 때부터 늘 함께해왔던 유산이자 인생의 일부인 만큼 굉장한 영광이다.

-WWE에서는 ‘더 록’의 귀환을 두고 환호와 우려의 목소리를 함께 내고 있다. 한창 영화계에서 활동 중인데 부담은 없었나. =다시 WWE 무대로 돌아간 건 보답하기 위해서다. 배우로서 경력을 쌓아가고 있는 이 시점에 다시 챔피언이 되는 게 부담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WWE는 내가 할리우드에 입성할 수 있도록 해준 곳이므로 나를 필요로 하는 한 도움이 되고 싶었다. 게다가 존 시나 같은 적수와 대결하는 건 언제나 멋진 경험이다.

-2007년 <게임 플랜>을 마지막으로 ‘더 록’이 아닌 드웨인 존슨으로 활동하고 있다. =언젠가는 배우로 이름을 알릴 수 있을 것이라는 데 대해선 한치의 의심도 없었다. 다만 오랜 시간이 필요할 거라고 생각했다. 내 입으로 말하긴 쑥스럽지만 ‘더 록’은 WWE 역사상 최고의 아이콘 중 하나다. 엄청난 네임 브랜드를 가졌고,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나는 여전히 ‘더 록’이다. 절대 부정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것도 나의 소중한 일부니까. 다만 배우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더 록’의 이미지와 일정 정도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게임 플랜>은 가족 관객을 위한 코미디영화이기도 했고. ‘더 록’의 강렬한 캐릭터와는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할리우드의 스타 배우와 WWE의 스타 레슬러 생활을 병행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는 않을 것 같다. 특별한 비결이라도 있나. =자기 관리! (웃음) 방법은 그것뿐이다. 대신 철저하게. ‘미스터 절제’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지.아이.조2>에서 선보인 특별한 액션이 있나. =파이어플라이(레이 스티븐슨)와의 대결에 주목해달라. 이전과는 다른 격투 스타일을 보여주려 노력했다. 빠르게 흘러가는 초근접 전투, 이를테면 <이퀄리브리엄>의 건 가터 같은. 여러 액션 감독들을 만났고 어렵사리 동작을 완성했다. 다음으로 중요한 건 액션의 흐름을 이해할 감독의 역량이었는데 존 추 감독은 액션을 시각적으로 연출하는 데 이미 대가의 경지에 이르렀다.

-<지.아이.조2>의 로드 블록 같은 강인한 캐릭터와 <미스터 이빨요정>(2010)의 코믹하고 친숙한 이웃집 아저씨 캐릭터 중 어느 쪽이 더 편하고 마음에 드나. =양쪽 다 좋다. 둘 다 내가 잘하는 장르이다. 액션 영웅은 행동으로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어서 편하고, 코미디는 원래 가족이 함께 즐기기도 하고 내가 유머를 좋아하는 편이기도 하다. 하지만 특별히 그런 기준으로 구분지어 생각해본 적은 없다. 굳이 선택의 기준을 말한다면 내가 즐길 수 있는 역할인가, 관객이 나를 보고 즐길 수 있는가를 염두에 둔다. 스스로 즐기면서 하다보면 관객도 함께 즐기지 않을까 싶다.

-근육질 액션 스타의 계보를 잇고 있는데, 연기에 있어 롤모델은 누구인가. =세명이 있다. 첫 번째는 <록키>의 실베스터 스탤론. 두 번째는 해리슨 포드. 8살 때 <인디아나 존스>를 보며 “꼭 저 사람처럼 될 거야”라고 다짐했었다. 재밌고 매력적이고 항상 여자를 차지하니까. (웃음) 마지막으로 클린트 이스트우드. 그는 평생 나의 영웅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많은 영화에서 영웅으로 출연하고 있는데, 본인이 생각하는 영웅에 대해 말해달라. =자신의 삶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삶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 크든 작든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진짜 영웅이다. 지금 어떤 사람인지보다는 매일매일 조금씩 나아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는’ 수많은 보통 사람들에 의해 세상은 아름다워지고 있다. 나 또한 그중 하나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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