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결혼 준비로 바쁠 텐데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무슨 그런 말씀을, 바쁘긴요. 어머니가 캐나다로 가신 다음에는 한가해요. 그런데 제가 결혼한다는 얘기는 어디서 들으셨어요? 한번도 주변에 결혼한다고 얘기한 적 없는데. 아무튼 미국에서 교수한다고 하고요, 지난해에 이혼했대요. 보기 드물게 참 맑은 사람이에요. 저한테 힘이 되는 사람일 거 같아요.
-사실 어디서 들은 얘기는 아닙니다. 홍상수 감독님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에게는 대충 “뭐 하셨죠?”라고 그냥 때려 물으면 대개 맞아요. 또 한번 여쭤볼까요, 학교에서 친구들한테 왕따 당하시죠? =어머 어머 너무 신기해요. 아니 어떻게 아셨어요? 와, 정말 너무 신기하다.
-제가 하나 더 해볼까요. 잠깐 눈 좀 감아보실래요. 이제 신호가 바뀌면 창밖 건널목에 택시들이 설 텐데요, 분명 회색 택시일 겁니다. 자, 이제 눈을 떠보시죠. =어머 정말이네, 어쩜 이럴 수가 있죠? 이유없이 일어난 일들이 모여서 생각의 라인을 만들고, 그 우연들이 모여 우리의 빛나는 삶을 이루는 이 세상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거죠?
-서울 시내 택시는 대부분 주황색 아니면 회색이에요. 틀리면 틀리는 대로 말을 돌리면 되죠. 그리고 그 교수라는 분도 아마 아직 유부남일 거예요. 주민등록등본부터 확인하고 사귀기 시작하세요. =설마 그럴 리가. 아까 미국에서 스필버그 감독하고 통화하는 것도 들었어요. 스필버그가 수신자 부담으로 전화했다고 엄청 화내시더라고요.
-스필버그 감독이 현재 로스앤젤레스에 있다고 가정하면, 분명 그 시간이 자정쯤일 텐데 믿기지가 않네요. 아무튼 조심하셔야 돼요. 여자들은 너무 착해요. =무슨 말씀이세요. 기자님은 제가 얼마나 악마 같은지 몰라서 하는 말씀이에요. 저 정말 악마예요.
-어제도 몰래 사귀고 있는 유부남 교수랑 헤어졌다가 또 만나기로 하셨죠? 그것도 속으신 거예요. 카세트에 있는 베토벤 교향곡 7번 2악장 그것도 얼마나 딱 맞게 편곡한 건데요. =아니 부인한테도 용기를 내서 처음으로 제 얘기를 했다고 하고, 그래서 싸우다가 얼굴에 진짜 상처도 났던데 어떻게 안 믿어요. 기자님 제가 미쳤어요? 미친 것처럼 보여요?
-아니 뭐, 전 그냥 좀더 조심하시라는 의미에서. =모르겠어요. 아무튼 제 생각은요, 세상에 비밀은 없어요. 나중엔 다 알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