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에는 <7번방의 선물>이 개봉 첫주였던 <신세계>를 재역전했던데?” 인터뷰가 끝난 뒤 점심 먹으러 내려가는 CJ E&M 센터의 엘리베이터 안은 온통 <7번방의 선물> 얘기뿐이었다. <댄싱퀸> <완득이> <써니> <늑대소년> 등 일일이 열거하지 않더라도 최근 CJ엔터테인먼트 역시 40대 이상 관객과 가족 관객의 증가에 힘입어 흥행작을 여럿 내놓은 바 있다. CJ엔터테인먼트 투자사업부 박철수 사업부장에게서 최근 관객층의 변화가 업계 1위를 지키고 있는 CJ엔터테인먼트의 투자 및 제작 전략에 끼치는 영향을 들을 수 있었다.
-얼마 전 <7번방의 선물>이 1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과거 1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와의 차이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과거에는 실화나 역사를 소재로 한 작품이나 블록버스터 장르가 사회적인 이슈를 일으키면서 1천만 관객을 불러모았다. 그런데 지난해부터인가, 예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 그중 하나가 메인 타깃이 20대 여성에서 10대와 40대 이상 관객으로 관객층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TV드라마가 익숙한 세대인 까닭에 지난해 CJ가 투자/배급했던 <댄싱퀸> <광해, 왕이 된 남자> <늑대소년> <타워>처럼 많이 울리고 웃기는 한국식 드라마 요소가 강한 영화가 가족 관객과 40대 이상 관객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CJ는 2004년 424만여명(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을 동원한 저예산 상업영화 <집으로…>의 성공으로 가족 관객층 확대에 대한 가능성을 미리 예상할 수 있었을 것 같다. =당시 충무로는 ‘가족(을 타깃으로 한)영화’는 성인도 함께 볼 수 있는 유아 및 청소년 타깃 영화라는 개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할리우드의 가족 장르가 그렇듯이 말이다. 그렇다보니 가족을 타깃으로 한 장르나 가족 관객을 염두에 둔 시장이 한국에서 가능할지 의문이 있었다. 멀티플렉스가 주거지를 중심으로 늘어났고, 중장년층이 멀티플렉스에서 여가를 보내기 시작하면서 가족 관객층이 증가할 거라는 기대를 조금씩 하게 됐다.
-직접 투자/배급한 <댄싱퀸> <완득이> <써니> <늑대소년> 같은 흥행작을 통해 가족 관객의 증가를 직접 확인한 셈이다. =과거 20, 30대가 40대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냈다면 지금은 40대 이상 관객이 먼저 극장을 찾는 경우가 많아졌다. 스마트폰의 보급 덕분에 40대 이상 관객의 정보 수급력 역시 젊은 세대 못지않다. CJ는 이런 변화를 확인해가고 있는 중이다. 변화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면서 반보 앞서 나가는 기획을 하려고 한다.
-최근 CJ가 제작/투자한 작품 중 <완득이>와 <마이 리틀 히어로>의 상반된 성적이 흥미롭다. 두편 모두 가족 관객을 타깃으로 하고, ‘다문화 가정’을 영화의 소재로 활용했다. 그런데 <완득이>는 531만여명을 불러모으며 흥행에 성공했고 <마이 리틀 히어로>는 18만여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CJ는 두 영화의 상반된 결과를 어떻게 분석하고 있나. =<완득이>는 동주(김윤석)와 완득이(유아인)의 멘토/멘티 관계가 주된 내용이었고, ‘다문화 가정’은 영화를 본 관객이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게 서브 소재로 활용했다. 반면 <마이 리틀 히어로>는 ‘다문화 가정’이 영화의 주된 내용이었다. 주연배우도 실제로 다문화 가정에서 자란 친구들인 까닭에 관객은 직접적으로 ‘다문화 가정’이라는 주제를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 조심스러운 분석이지만 ‘다문화 가정’이라는 주제가 아직 한국사회에서 선뜻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럼에도 <마이 리틀 히어로>는 진정성을 갖고 만들었고, (흥행에 실패하긴 했으나) 만들고 나서도 뿌듯했다. 물론 그만큼 아쉬움도 있었고.
-40대 이상 관객의 증가가 향후 CJ의 제작/투자 전략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나. =가족을 메인 타깃으로 한 영화를 제작할 때는 늘 고민이 많다. 가족을 소재로 한 영화라기보다 일반 상업영화가 타깃을 가족 관객으로 확장할 수 있는지가 가장 고민된다. 그 점에서 <광해, 왕이 된 남자>와 <늑대소년>이 좋은 예인 것 같다. CJ는 앞으로도 가족 관객이나 30, 40대 관객이 공감하고 재미있어할 만한 작품을 지속적으로 투자/배급할 계획이지만,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다양하고 신선한 소재를 다룬 작품,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장르,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작품을 계속 선보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