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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 업] 이창동 영화도, 홍상수 영화도 그리고 이 영화도 블루스다
이기준 사진 백종헌 2013-03-05

김태곤 감독의 <1999, 면회> 음악 맡은 인디 뮤지션 ‘씨없는 수박’ 김대중

세 친구의 요상한 1박2일 면회기를 다룬 영화 <1999, 면회>가 화제다. 김태곤 감독이 방방곡곡 GV(관객과의 대화)를 다닌다는 소식에 영화음악에 참여한 가수 ‘씨없는 수박’ 김대중은 너털웃음을 흘린다. “GV 하면 돈 나오지 않나? 술이나 얻어먹어야겠네.” 하지만 요즘 김대중에 대한 인디 신의 심상찮은 반응을 보건대 조만간 그가 술을 살 날이 올 것 같다. 잔뜩 취한 뒤 맞이한 숙취의 아침, 그때의 텅 빈 심사로 무덤덤하게 읊어내는 듯한 그의 블루스 음악에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매료되고 있다.

-일단 축하한다. 2013년 한국 대중음악상 올해의 음악과 최우수 록 노래부문 후보로 올랐다. 싸이, 지드래곤, 버스커버스커 등과 겨루게 됐는데 소감이 어떤가. =나도 좀 놀랍다. 본격적으로 공연 시작한 지 2년도 안된 완전 초짜인데. 당황스럽다.

-게다가 음악작업에 참여한 <1999, 면회>도 지금 반응이 상당히 좋다.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태곤이(김태곤 감독)가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 후배다. 학교 다닐 때 마주친 적은 없고, 나중에 알게 돼서 그 뒤로 쭉 술친구로 지내고 있다. 내가 본격적으로 공연 활동을 시작할 때 즈음에 이 친구가 나한테 자기가 쓰고 있는 시나리오 얘기를 하더라. 그리고 2주쯤 소식이 끊기더니 어느 날 나타나서는 영화 다 찍었다고, 영화에 내 노래를 쓰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쉽게 수락했나. =친분이 있으니까 한 거지. 아마 잘 모르는 사람이 제안했으면 안 했을 거다. 사실 여기에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하나 있다. 이번에 후보에 오른 내 노래 <300/30>은 사실 태곤이 덕분에 탄생했다. 어느 날 술 먹으면서 재밌게 놀고 있는데, 태곤이가 자기도 블루스 음악을 하고 싶다고 하더니 뭐라고 웅얼거렸다. 그러다 갑자기 “평양냉면 먹고 싶네~”라고 플로를 넣어서 외치는데 그게 팍 꽂힌 거다. 헤어진 다음 택시 타고 양화대교를 건너갈 때 불현듯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태곤이한테 (그 구절을) 내가 써도 되겠냐고 물어보고 후렴구로 썼다. 그 노래로 많이 알려지게 돼서 고마운 마음도 있고, 뭐 그래서 작업하게 됐다.

-영화 때문에 특별하게 따로 만들었다기보다는 원래 김대중의 음악을 가져다 썼다. =감독이 원했던 것이 일반적인 경음악이나 효과음 같은 음악이 아니라 사람 목소리가 들어간 노래였다. 그리고 특히 내 목소리를 담고 싶다고 하더라. 만약 ‘노래 없는 경음악으로 해달라’, ‘영화에 어울리게 맞춰달라’라는 제안이 들어왔으면 나는 당연히 능력도 안되고 그런 작업은 해본 적이 없어서 거절했을 거다.

-결과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만족스러운가. =처음에는 내 노래와 감독의 이야기가 충돌하면 어떡하나 싶어 걱정했다. 그런데 태곤이가 능력껏 잘 붙여서 어울리게 나온 것 같다. 내 음악 말고는 전부 당시의 유행가인데, 그 와중에 섞여들어가니까 묘한 느낌도 나고. 그리고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인데, 태곤이도 블루스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웃음) 영화로 블루지한 느낌을 살려보고 싶었던 거지. 에둘러서 복잡하게 얘기하지 않고 본질을 가장 쉬운 방법으로 무심하게 툭 건드리는 그런 거. 내가 볼 때는 이창동 영화도 블루스고, 홍상수 영화도 블루스다.

-블루스 음악을 표방하고 있는데, 어떤 곡들은 끈적끈적하다 못해 뽕짝 느낌까지 난다. 가락이 쫙쫙 감긴다. 묘하게 한국적인 냄새도 많이 나는 것 같다. =블루스나 클래식 록도 좋아하지만 한대수나 송창식 아저씨 노래를 좋아한다. 가사랑 음악이 한 덩어리가 되어 있는 느낌의 음악. <왜 불러> 같은 노래들 있잖나. 결국 생활에서 느낀 점들을 노래로 풀어가는 게 블루스니까 자연스럽게 내 느낌이 나는 것 같다.

-앞으로의 계획은. =거창한 계획은 없고 내가 생활하면서 만드는 음악을 모아 꾸준히 앨범을 내는 것이 희망사항이다. 우리집이 노인요양원을 하는데, 전에는 거기서 사회복지사로 일했었다. 노래한답시고 많이 나돌아다녔는데, 이제 들어가서 집안일 좀 해야지. (웃음) 사실 예전에 학교 그만두고 <위대한 유산>이나 <황산벌> 등에 조/단역으로도 출연했었는데, 그런 작은 역할도 계속 해보고 싶다. 큰 역할은 내 에너지로 감당하기는 힘들 것 같고, 작지만 꼭 있어야 하는 배역들 말이다.

-다시 영화음악에 도전해보고 싶은 계획은 없는건가. =아까 말했지만 친분이 있는 사이가 아니면 딱히…. 아, 이창동 감독님이 와서 도와달라고 하면 다 털어드릴 수 있는데. (폭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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