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 1 “미국과 게임이 되나. 5억달러라도 챙길 수 있을 때 협상에 나서는게 낫다.”
반론1 김혜준(영화진흥위원회 정책연구실장)
3년 전에도 이런 주장이 미 영화협회장으로부터 나온 적이 있다. 이건 혹 그럴 수도 있다는 의향의 표현이다. 그렇게 하겠다는 계약이 아니다. 그러나 일단 믿어보자. 5억달러가 들어온다 치자. 설마 한국영화 제작에 쓰일 리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멀티플렉스인데. 현재 한국은 자국자본으로 필요한 만큼 멀티플렉스를 늘려가고 있다. 이미 스크린 수만 800개가 넘었다. 그런데 과잉투자가 불러올 포화상황에 대한 고려없이 외국자본이 멀티플렉스 투자에 참여할 가능성은 없다. 외국자본이 관심을 갖는 곳은 일본처럼 메이저들이 유통라인을 쥐고 있는 경우에는 배급구조의 균열이 필요한 곳이거나 중국이나 러시아처럼 해당 국가의 자본은 취약한데 시장 규모가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고 판단되는 곳이다. 그런데 한국은 어떤가. 배급사와 극장관계가 수직계열화되어 있는 것도 아니어서 할리우드 직배사가 영업하기 힘든 환경도 아니고, 다른 나라들처럼 넓은 시장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 미국 자본의 입장에서 보면 한국은 아무런 메리트가 없다. 다만 저것들이 왜 저러지 싶은 거다. 산업적인 측면에서 뭔가 부상하는 경쟁자는 아니지만, 뭔가 본때를 보여줘야만 다른 나라들에 선례를 남길 수 있으니까 싶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정부가 나서서 한-미투자협정과 스크린쿼터를 연계하려는 것이 우습다. 예를 들어 쿼터 유지하면 한국영화 제작, 유통, 배급에 힘이 붙고, 결국엔 외국자본이 알아서 한국영화에 투자를 한다. 쿼터 지키고, 투자 유치하고, 영상산업을 놓고보면, 하나는 놓칠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니라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방법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그걸 알아야 한다.
쟁점 2 “쿼터제는 장사꾼의 고유 권한을 뺏는 것이다.” 반론2 최용배(한국영화배급사 청어람 대표)
한국영화가 거둬들이는 전체 수익 중 국내시장이 차지하는 비율이 대부분이다. 이런 상황에서 스크린쿼터의 축소는 한국영화 투자위축, 제작편수 감소, 제작비 규모 축소 등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이는 배급과 상영 부문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첫째가 외화의 범람이다. 한국영화가 줄어드니 이전에는 곧바로 비디오로 출시됐던 외화들까지 극장에 걸 수 있게 된다. 극장이 싫다고 하면 되지 않느냐고? 할리우드 직배사들의 파워가 급등하는데 그게 가능한가. 여기에 극장에서 맘먹고 한국영화 한편 건다고 하자. 직배사들의 눈총과 보복을 어떻게 감당하나. 쿼터제의 축소가 극장들로 하여금 선택 기회를 자유롭게 하지도 이윤을 늘려주지도 못할 것이다. 혹여 지금은 쿼터를 채워야 한다는 명분이라도 내세울 수 있지만, 극장 입장에서는 그것마저도 쉽지 않지 않을 테니까. 장기적으로 우려되는 상황 또한 있다. 미국자본이 출자되는 멀티플렉스들의 국내 진입일 터인데, 지금은 쿼터 때문에 못 들어오지만, 쿼터 축소에 뒤이어 이러한 상황이 전개될 것이고, 앞으로 국내자본을 기반으로 하는 극장들 역시 이에 밀려 위기를 겪게 될 것이다. 이번에는 한국영화 배급사의 입장에서 보자. 배급력이라고 하면 영화를 여러 개 갖고 있는 라인업을 의미하기도 하는데, 한국영화의 상영기회가 점차 줄어들면서 투자·제작자들의 경우 한국영화를 직배사에 맡기려는 상황까지도 생각해볼 수 있다. 결국 할리우드 직배사가 한국영화의 투자, 제작, 유통을 핸들링하는 상황이 초래되는 것이다. 혹자는 쿼터를 폐지하는 것도 아니고 며칠 줄인다고 하는 건데 무슨 호들갑이냐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축소는 곧 폐지와 다를 바 없다. 쿼터일수의 축소는 한국영화 제작편수를 줄어들게 할 것이고, 쿼터일수가 매번 넘쳐서 계속 깎아내리는 상황이 반복될 것이다. 또한 이로 인해 한번 하락한 한국영화를 일으켜 세우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 스크린 쿼터가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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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크린쿼터를 둘러싼 5인의 진실 혹은 대담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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