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2월28일까지 장소: 서울역사박물관 문의: www.museum.seoul.kr
‘로드뷰’가 없으면 전방 2km 건물도 찾지 못하는 내가 되었다. 고개를 쭉 내밀어 멀리 보려는 의지도, 아파트 앞동 너머에 어떤 마을이 펼쳐질까 떠올리던 상상도 편리한 기계 뒤로 숨었다. 이제 종이지도를 보며 여기가 어딜까 손으로 점찍어보는 일은 더이상 불가능한 걸까. 전시장에 놓인 조선시대 지도를 보며 더 멀리 가보려는 사람의 의지와 상상에 대해 모처럼 떠올린다.
빛바랜 낡은 지도는 정보가 아닌 물질이다. 눈앞에 나타난 19세기에 제작된 <조선국팔도통합도>, 18세기의 <한양도>는 그 자체로 아름답다. 종이는 누군가 수없이 만졌던 흔적을 감추지 못한다. 무슨 뜻인지 첫눈에 읽어낼 수 없는 한자와 기호들은 신비롭기까지 하다. 전시 <지도의 나라 조선>은 이런 막연한 신비를 넘어 조선시대 지도 제작의 노하우와 ‘공간’에 대한 인식을 탐구할 수 있도록 한다. 근대 이후의 지도는 그리니치 자오선을 기준으로 하는 경위선 좌표 체계에 의해 수치화됐다. 그러나 조선의 지도는 백두산에서 뻗어나온 백두대간이 기준이 되기도 하고, 백두산을 사람의 머리로 제주도를 발로 상징하기도 할 만큼 자유분방하다. 지금의 구글 맵과 18세기의 <천하도>는 같은 지구를 대상으로 한 것이라는 게 새삼스럽다. 전시에 소개된 50여점의 지도는 1세대 지리학자인 이찬, 미술사학자 허영환 선생이 박물관에 기증한 것이다. 지도에 대한 애착으로 오랜 시간을 보낸 기증자들의 인터뷰 영상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