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용구씨.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억울하게 교도소에 오셔서 마음이 편치 않으실 텐데. 먼저 자기소개부터 부탁드립니다. =1961년 1월18일 태어났어요. 제왕절개. 엄마 아팠어요. 내 머리 커서.
-용구씨의 석방을 기원하는 사람들의 10만인 서명도 받아왔습니다. 혹시 글을 모르시면 읽어드릴까요? =용구 글 알아요. 요새 까막눈이 어딨어요. 그런데 우리 방에 오달수 아저씨 글 몰라요. 바보. 상태가 안 좋아요. 그리고 비키니 시위 싫어요. 하지 말라고 해주세요.
-네, 잘 알겠습니다. 교도소장님께서 우리 용구씨가 학교생활 잘하고 있다고 칭찬이 자자하시더라고요. =여기 학교 아니에요. 감옥이에요, 감옥. 여기 다 나쁜 사람들. 예승이 보고 싶어요, 우리 착한 예승이.
-‘딸바보’라더니 정말 그러시네요. 하나밖에 없는 딸 예승이가 세상에서 제일 예쁜가요? =맞아요. 예승이가 젤 예뻐요. 내 옆에서 자는 만식이 아저씨 딸 봉선이. 이상하게 생겼어요 봉선이.
-그럼 지금 예승이랑 가장 하고 싶은 게 뭔가요? =천안 외국인 교도소 가고 싶어요. 침대에 TV도 있고 음식도 골라 먹고. 예승이 보고 싶은 우리 예승이. 거기 가서 우리 예승이 공부방도 만들어주고 싶어요.
-그런데 용구씨는 외국인이 아니어서… 암튼 가장 갖고 싶은 건 뭔가요? =휠체어. 휠체어 갖고 싶어요. 우리 옆방 할아버지 휠체어 비싸요. 옆에 있는 사람들이 회장님 회장님 부르면서 휠체어 닦아줘요. 카메라 든 사람들 앞에서는 면도도 안 하고 이발도 안 하고 휠체어 타고 있어요.
-정말요? =맞아요. 제가 봤어요. 사람들 집에 가면 휠체어에서 내려와요. 평소에 휠체어 안 써요. 옆방 할아버지 욕 잘하고 싸움도 잘해요. 저도 때리고 예승이도 때렸어요. 못된 할아버지.
-예승이를요? 우리 예승이가 가만히 있던가요? =예승이는 달의 요정 세일러문. 예승이가 할아버지한테 정의의 이름으로 널 용서치 않겠다고 했어요. 세일러문 좋아요. 우리 예승이 세일러문 가방 좋아해요.
-가끔씩 예승이랑 같이 면회 오시는 예승이 담임선생님이 참 예쁘시더라고요. 아까 보니까 선생님이 용구씨 머리도 쓰다듬어주고, 용구씨도 선생님을 꼭 안고 있고 참 좋아 보였어요. 그동안 선생님하고 많이 가까워지셨나봐요. =(정색하며) 이제 그만 좀 합시다. 저도 이러는 거 너무 힘들어요. 이제 거의 다 넘어왔는데, 제발 부탁입니다. 끝까지 모른 척 좀 해주십시오. 예승이도 새엄마 생기면 좋잖아,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