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션 프로그램도 이제는 좀 지겹고,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부르는 노래들이 음원 차트 및 거리를 가득 채우는 것도 그만 좀 보고 들었으면 좋겠지만 <K팝 스타> 얘기는 한번 하고 넘어가야겠다. 입이 간질간질하다. <슈퍼스타K>가 외국에서 직수입해온 세련된 프로그램이라면 <K팝 스타>는 한국에서만 제작 가능한 독특한 프로그램이다. SM, YG, JYP와 같은 캐릭터 또렷한 기획사가 한 나라에 모여 있기가 쉬운가. 게다가 각 사를 대표해 나온 심사위원들의 모습이 이렇게 조화로울 줄 누가 알았겠나. 각각의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양현석, 박진영, 보아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시즌1도 재미있었지만 시즌2는 정말 ‘어메이징’하다.
프로그램의 형식도 점점 단단해지고 있다. ‘멘토’ 같은 어설픈 단어를 쓰지 않으면서도 참가자들을 진심으로 위해주는 세 심사위원의 마음을 고스란히 보여주며, ‘악마의 편집’ 없이도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할 수 있고, 라이브 공연 때의 음향도 점점 나아지고 있다. 다음주가 기다려지는 무결점 예능이라 부르고 싶다. 우승은 누가 하든 이제 상관없어졌다.
지난 <슈퍼스타K4> 때 예선전부터 점찍었던 로이킴이 우승했고, <K팝 스타> 시즌1에서는 내가 줄곧 지지했던 박지민이 우승한 걸 보면 나도 ‘감’이란 게 조금은 있는 모양인데, 그래서 이번에도 한번 예상을 해보자면…, 음…, 수많은 참가자 중에서, 참, 모르겠다. 아, 이번에는 정말 모르겠다. 아직 우승을 점치기에 이른 시간이기도 하겠지만, 지난 시즌에 비해 매력적인 캐릭터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악동 뮤지션도 좋고, 최예근도 좋고, 신지훈도(꺅!) 좋고, 라쿤보이즈도 좋고, 앤드류 최도 무척 좋다. 한명 한명 떠올리다보면 누구 한명을 적극적으로 밀게 되질 않는다. 심지어 이 참가자들 말고도 좋은 사람들이 더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 중에서 이렇게 참가자 호감도가 높은 경우가 또 있었나 싶다.
내가 좋아하는 참가자들의 공통점을 생각해보았다. 노래 스타일도 다르고, 나이도 다르고, 성별도 다르다. 어떤 공통점 때문에 내가 끌리는 것일까, 그게 뭘까. 그 공통점이란 건 어쩌면 수줍음이 아닐까. 무대 위에서는 강렬한 퍼포먼스를 보여주지만 노래가 끝나는 순간 뭔가 머쓱하고, 어색하고, 눈 둘 곳 없어 발끝만 내려다보는 그런 수줍은 사람을, 나는 좋아하는 모양이다. (편견에 가득 찬 생각이겠지만) 그런 사람들은 대체로 자신을 대단한 사람이라 생각하지 않고, 실수에 크게 자책하며, 주장에 약하다. 그런 사람들을 나는 응원하고 싶다. 역시 오디션 프로그램의 매력은 노래를 들려주는 게 아니라 사람을 보여주는 것이다. 아니, 노래를 통해 사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야 할까. 그나저나 악동 뮤지션의 신곡은 대체 언제쯤 들을 수 있는 걸까. 라쿤보이즈의 다음 곡은 도대체 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