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1월27일까지 장소: 연우소극장 문의: 02-6349-4721
한 극단의 창단공연에는 대개 그 극단의 특징과 색깔, 그리고 그들이 앞으로 지향하고자 하는 연극의 청사진이 들어 있기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극단 달나라동백꽃의 창단공연 <달나라 연속극>은 지난해 괄목할 성과를 이룬 이 신진 극단이 지닌 최초의 색깔을 보여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2011년 말 작가 김은성과 연출가 부새롬, 그리고 이들과 뜻을 같이하는 젊은 배우 몇명이 모여 결성한 극단 달나라동백꽃은 신생 극단치고는 단단한 완성도를 보여준 일련의 공연들과 팟캐스트를 통해 널리 알려진 희곡낭독방송, 그리고 작가 김은성의 활발한 창작활동으로 지난해 연극계의 시선을 한몸에 모았다. 올리는 공연마다 많은 화제를 불러모았고, 또 연말에는 이런저런 상도 많이 받았다. 분주했던 2012년을 보내고 새해를 맞으며 이들은 창단공연이었던 <달나라 연속극>을 ‘달나라동백꽃 레퍼토리’ 시리즈의 첫 작품으로 다시 무대에 올렸다.
극단 달나라동백꽃은 ‘지금, 이곳’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모습, 그중에서도 소외된 사람들의 힘겨운 일상을 진지하면서도 너무 무겁지 않게, 날카로우면서도 담담하게 그려내는 작품들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 <달나라 동백꽃> 역시 서울 변두리 달동네의 옥탑방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한 가족의 삶을 그린 작품이다. 대학교 환경미화원으로 어렵게 생계를 꾸려가는 엄마 여만자와 한쪽 다리가 불편해 종일 집에서 자기만의 세계에 틀어박혀 사는 딸 은하, 그리고 영화감독이 꿈이지만 현재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고 있는 아들 은창. 각박한 현실을 아슬아슬하게 버텨가고 있는 이들 앞에 어느 날 친절하고 세련된 신문방송학과 대학원생 일영이 등장한다. 엄마는 일영을 은하와 맺어주려 하고 은하 역시 일영에게 미묘한 감정을 느끼지만, 그는 곧 떠나버리고 여만자네 가족은 다시 출구없는 일상으로 돌아오게 된다.
줄거리만 봐도 알 수 있듯 이 작품은 테네시 윌리엄스의 <유리 동물원>을 오늘의 한국 상황에 맞게 번안, 각색한 작품이다. 지난해 극단 달나라동백꽃은 이 작품 외에도 <갈매기>를 1980년대 전남 벌교를 배경으로 풀어낸 <뻘>, <쇼팔로비치 유랑극단>을 1950년대 전남 보성의 한 마을로 가져온 <로풍찬유랑극장> 등 해외 명작의 번안 및 각색 작업을 활발히 이어왔다. 이는 어느 정도 검증된 구조와 플롯을 지닌 명작 희곡의 프리즘을 통해 동시대 한국사회를 바라보고자 하는 극단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 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해외 작품의 번안 과정에서 특히 도드라지는 것은 우리말의 고유성에 대한 재발견이다. <달나라 연속극> 역시 현대 우리말의 말맛과 정서를 고스란히 살린 생생한 대사들이 인상적이다. 여러 가지 의미에서 <달나라 연속극>은 2013년 새로운 변화와 도약을 꿈꾸는 극단 달나라동백꽃의 처음과 미래를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무대라 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