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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 싱어가 동화를 찍는다고?
장영엽 2013-01-22

<잭 더 자이언트 킬러> Jack the Giant Slayer

감독 브라이언 싱어 / 출연 니콜라스 홀트, 이완 맥그리거, 엘리너 톰린슨, 빌 나이, 존 카시르, 스탠리 투치 / 개봉예정 2월28일

조합이다. 그의 전작 <엑스맨> 시리즈와 <수퍼맨 리턴즈>를 돌이켜 생각해보면 싱어의 관심은 대개 갈등을 겪으며 성장하는 인물들에 머물러 있었지만, 그는 동시에 결코 장르적인 재미를 포기하지 않는 영화를 만들려 애썼다. 모든 연령대가 즐길 수 있는 환상적인 이야기 그리고 그 속에 담긴 결코 가볍지 않은 사회문화적 코드. 이것이 동화의 매력이라면, 싱어의 영화적 유전자와 동화의 서사적 유전자는 상당히 닮아 있는 셈이다.

<잭 더 자이언트 킬러>는 최근 할리우드 동화-영화 장르를 잠식하고 있는 샤를 페로와 그림 형제의 동화들과는 달리 영국의 민담을 바탕으로 한다. 이 영화는 1700년대 무렵부터 전해져 내려왔다는 동명의 이야기와 한국에도 익히 알려진 영국 동화 <잭과 콩나무>를 기반으로 한다. 이 다양한 버전의 동화들이 공통적으로 함축하고 있는 건 아서왕의 통치 기간에 사악한 거인을 벤 가난한 소년에 대한 이야기다. 브라이언 싱어 버전의 동화는 여기서 더 나아가 보다 판타지 장르에 맞게 각색됐다. 마법의 콩나무를 심은 잭(니콜라스 홀트)은 우연치 않게 오랫동안 닫혀 있던 인간과 거인 세계를 잇는 통로를 열어버린다. 이 사건으로 잭이 흠모하던 이사벨 공주(엘리너 톰린슨)가 거인족에 납치되고, 상심한 왕(이안 맥셰인)의 명령을 받은 잭은 왕의 호위무사 엘몬트(이완 맥그리거)와 함께 거인족과의 전쟁을 시작한다.

싱어의 오랜 영화 동지 크리스토퍼 매쿼리(<유주얼 서스펙트> <작전명 발키리>의 각본가)가 각본을 맡고, <엑스맨> <수퍼맨 리턴즈>의 촬영을 맡았던 뉴턴 토머스 시겔 등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왔던 제작진이 참여하지만 <잭 더 자이언트 킬러>는 브라이언 싱어에게 수월하지만은 않은 도전이다. 처음으로 3D영화를 만들었으며, 거인족을 형상화하기 위해 퍼포먼스 캡처 또한 처음으로 시도했기 때문이다. 거인족의 두명의 리더, 팔론의 퍼포먼스 캡처를 위해 빌 나이(큰 머리 팔론), 존 카시르(작은 머리 팔론)와 함께 고군분투했다는 싱어의 비주얼이 어떤 결과로 완성되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게다가 브라이언 싱어는 전설의 크리처 디자이너 “레이 해리하우젠의 영향을 받은” 매우 폭력적인 장면도 이 영화에 포함시킬 거라고 공언했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잭 더 자이언트 킬러>는 가족영화를 겨냥하면서도 괴수물 팬들을 매혹시킬 장르적 재미 또한 기대해볼 만한 작품이다.

배우들의 조합이 흥미롭다. 영국 동화를 염두에 둔 탓인지 영국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 이 영화에서 단연 돋보이는 캐스팅은 잭을 연기하는 니콜라스 홀트다. 브라이언 싱어가 프로듀서로 참여한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에서 니콜라스 홀트는 평범한 인간이 되기 위해 혈청을 주사했다가 비스트로 변모하는 과학자를 연기했었다. 이 영화에서 그가 보여줬던 캐릭터의 변화는 “사랑에 빠진 농장 일꾼에서 영웅으로 변화해야 하는” 잭의 자질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는 것이 감독의 캐스팅 이유다. 잭의 성장을 돕는 기사 엘몬트의 활약도 기대된다. 마치 <스타워즈>의 오비완 케노비를 연상케 하는 이완 맥그리거의 엘몬트와 니콜라스 홀트의 잭의 만남이 어떤 조화를 이룰지가 이 영화의 감정선에 중요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

“<잭 더 자이언트 킬러>는 아마도 지금까지 내가 만든 영화 중 가장 전형적인 이야기가 될 거”라고 브라이언 싱어는 말한다. 모험이 있고, (<엑스맨>처럼 삼각관계가 아닌) 사랑이 있으며, 마법이 존재하는 이 영화는 싱어의 작품 중에서 가장 평면적인 서사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미리부터 방심은 금물이다. “이 영화가 스토리텔링의 본질에 대한 영화”라고 생각한다는 브라이언 싱어는 <잭 더 자이언트 킬러>를 통해 자신의 내러티브 기술을 탐구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모험의 끝에는 어떤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까. 싱어의 신작이라면 충분히 믿고 기다릴 만한 용의가 있다.

대부분의 장면은 영국 근교에서 촬영되었다

그중 독특한 나무와 바위가 많기로 유명한 퍼즐우드의 숲은 이 영화의 중요한 로케이션이 될 거다. 이곳은 톨킨이 <호빗>을 구상하게 된 계기가 된 장소라고 전해지며, <BBC> 드라마 <닥터후> <멀린>의 촬영장소로 알려진 사연 많은 숲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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