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쿠엔틴 타란티노 / 출연 제이미 폭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새뮤얼 L. 잭슨, 크리스토프 왈츠, 케리 워싱턴 / 개봉예정 3월
-장고가 혹… 그 옛날 장고인가? =애니메이션 <우주보안관 장고>와는 무관하지만 스파게티 웨스턴의 고전 <장고>(1966)에 관해서라면, 맞다. 프랑코 네로를 세계적인 스타로 만든 그 영화 말이다. 타란티노는 이 영화를 만든 세르지오 코르부치 감독에 관한 책을 쓰다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배경은 남북전쟁 2년 전인 1878년. 장고(제이미 폭스)는 흑인 노예로 현상금 사냥꾼인 닥터 킹 슐츠(크리스토프 왈츠)의 도움으로 자유를 얻고 슐츠와 함께 일하게 된 인물이다. 오래전 노예로 팔려간 아내를 되찾는 게 그의 인생 목표로, 적극적으로 사냥 기술을 연마한다. 하이라이트는 바로 아내가 악덕 농장주 칼뱅 칸디에(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손에 있다는 걸 알게 된 장고가 벌이는 타란티노식 피의 복수극.
-설마! 그런데 디카프리오가 악역이라고? =“지금껏 읽은 캐릭터 중 가장 불쾌한 캐릭터였다”는 디카프리오는 농장주 칼뱅 역할이 15년 만에 첫 조연이고, 이로써 아카데미 조연상도 따놓은 당상, 이런 반전 캐스팅이다. 서부극의 주인공을 흑인으로 내세운 데서 말 다 했다. 윌 스미스와 테렌스 하워드를 거쳐 장고에 낙점된 제이미 폭스는 텍사스 출신에 말도 타고, 말도 소유하고 있었다는 후문.
-명색이 타란티노인데 흙먼지 속에서도 깔끔하게 총질을 하는 스파게티 웨스턴의 액션 장면을 그대로 사용하는 건 아니겠지. =말이라고. 세르지오 레오네 스타일의 클로즈업과 클라이맥스의 결전 같은 건 이미 그가 전작들에서 꾸준히 좋아라 하며 사용해온 기법이다. 영화는 폭력과 유머, 서부극, 흑인 노예를 칵테일 셰이커에 넣고 마구 섞은 모양새. 일단 언어의 수위를 짚어보자면 대중영화 사상 흑인을 비하하는 깜둥이(Niger)라는 단어가 가장 많이 사용됐다는데(무려 148번!), 스파이크 리 감독이 절대 이 영화를 보지 않겠다는 선언까지 하게 만든 문제의 그 대사들이다. 참다 못한 관객이 극장에서 나갈 때 타란티노는 “이런 반응, 이해할 만하다”고 했다고. 장고와 그를 수련한 치과의사의 협업 액션 신에서는 사지가 찢겨나가는 혈투의 장이 펼쳐진다. 요는 타란티노는 그대로라는 것.
-<저수지의 개들>의 충격이 1992년. <장고: 분노의 추적자>는 20주년 기념작인데, 곡절이 그렇게 많았다고. =호빗도 아닌 타란티노가 이런다. “정말 긴 여정이었다”고. 캐스팅 번복으로 촬영장에서 시나리오 수정은 기본. 와이오밍 눈사태와 루이지애나의 폭우로 촬영 난항. 프로덕션 디자이너의 돌연사. 게다가 그와 20년간 함께해온 편집기사가 2년 전 죽고, 그녀 없이 한 작업. 첫 공개 이틀 전에야 마지막 장면 편집이 끝났다니 7개월간의 대장정이 짐작이 가나.
-이토록 거칠고 무자비한 영화를 미국에서 크리스마스에 개봉했다는 건, 좀 의외다. =진짜 의외는 일주일 만에 <레미제라블>을 제치며 의외의 흥행을 하고 있다는 것. 거침없이 밀어붙이는 타란티노 영화에 대한 호평이야 차고 넘칠 게 뻔하고. 대신 165분의 지루한 러닝타임이 부정적 반응에 한몫하는 중. 개중엔 ‘타란티노는 이제 영화 대신 예고편을 만들고 있다’ 혹은 ‘너무 풀어주니 막 나간다’는 식의 혹평도 없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