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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레이미식 오즈의 재해석
이화정 2013-01-22

<오즈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 Oz The Great and Powerful

감독 샘 레이미 / 출연 제임스 프랭코, 미셸 윌리엄스, 밀라 쿠니스, 레이첼 바이스 / 개봉예정 3월7일

오래 살고 볼 일이다. 도로시도 허수아비도 양철나무꾼도 없는데, 이 영화가 바로 오즈란다. 주디 갤런드의 청아한 목소리가 심금을 울리던 <오버 더 레인보우>도 굳이 떠올릴 필요가 없어졌다. 블록버스터의 프리퀄 바람이 동화책 원작 영화에도 적용된 셈이다. 하긴 <오즈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1900)의 원작은 110년도 더 된 L. 프랭크 바움의 소설이고, 스크린으로 옮겨온 빅터 플레밍 버전의 영화 <오즈의 마법사>도 1939년작이니, 이 또한 70년도 더 됐다. 샘 멘데스, 애덤 솅크먼 같은 감독 후보군을 거쳐 연출로 낙점된 샘 레이미 생각에, 특단의 조치 없이는 원작에 폴폴 쌓인 먼지를 걷어낼 길이 없을 거라 판단했지 싶다. “바움의 원작에서 많은 정보를 활용했고, 영감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완전히 새롭게 창조된 세계를 만드는 게 목표였다”는 샘 레이미의 발언이다.

그리하여 바야흐로 공개된 <오즈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의 핵은 마법사 ‘오스카’(제임스 프랭코)다. 원작 소설을 수차례 분석하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완전히 새로 만들어졌다. 시대적인 배경으로 볼 땐 소설과 영화의 프리퀄쯤에 해당된다. 주연인 제임스 프랭코의 설명에 따르면 이야기의 핵심은 바로 “서커스단의 별 볼일 없는 마술사 오스카가 위대한 마법사가 됐는지”에 관한 과정이다. 캔자스에 살던 그는 어느 날 갑자기 분 회오리바람에 휩쓸려 열기구를 타고 환상의 세계 오즈에 착륙하는데, 오즈의 사람들은 그를 위대한 마법사로 대접해준다. 물론 오즈의 세 마녀 글린다(미셸 윌리엄스), 테오도라(밀라 쿠니스), 에바노라(레이첼 바이스)처럼 그의 출신을 의심하는 마녀들도 있다. 그때부터 나쁜 마녀와 좋은 마녀를 가려내 위기를 헤쳐야 하는 오스카의 모험이 시작된다, 는 제법 동화 같은 이야기. 오스카가 캔자스에 있는 동안은 빅터 플레밍의 영화처럼 흑백으로 진행되다가, 오즈의 세계로 가면서 총천연색으로 전환되는 구성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 영화는 샘 레이미의 영화라는 점이다. 뭐라, 팀 버튼이 아니고? 그럼 조니 뎁(사실 제임스 프랭코 전에 조니 뎁이 거절을 하긴 했다만)도 헬레나 본햄 카터도 없다는 말인가. 맞다. 팀 버튼은 잊어라. 앞서 이미 말했잖나. 바움의 원작에서 영감을 받아 샘 레이미식의 오즈를 창조했다고. 총천연색 비주얼도, 매끄럽지 않은 유머도, 동화의 세계를 3D 컴퓨터그래픽으로 창조한 블록버스터라는 점도, 스코어를 담당한 대니 엘프먼도 심지어 제작사 디즈니도 모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3D> 그대로이다 싶지만, 어디까지나 이건 샘 레이미의 영화다. 마크 웹에게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내준 이후 줄곧 제작에 힘써왔던 데다 그간의 연출작은 <드래그 미 투 헬> 같은 어두운 공포영화였으니 아무리 리셋을 해보려 해도 연결고리가 헐거운 건 사실이다.

어쨌건 샘 레이미의 각오는 단단하다. ‘일단 양적으로 비교 불가능한, 방대함의 극치를 보여줄 판타지’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나뭇잎 하나까지도 모두 새로 창조”한 것. 말 그대로 “꿈에도 본 적 없는 장소를 구현했다”는 엄청난 자신감이다. 무려 2억달러의 제작비가 투여되고 <아바타>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3D>의 3D 비주얼을 담당한 3D 베테랑 로버트 스트롬버그가 참여했으며 700명이 넘는 아티스트가 오즈의 세계를 창조하는 데 매달려 이룬 결과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번 것은 재료가 팀 버튼의 영화와 똑같아서 “관객에게 전혀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샘 레이미의 호언장담에 선뜻 손들어주는 건 어렵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한번도 샘 레이미가 하지 않은 스타일이란 점만은 확실하다. 그런 의미에서라면 당연히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선과 악이 지배하는 오즈의 세계

결국 <오즈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은 선과 악의 대결 구도다. 딱 떨어지는 이분법이지만 다행히 그리 간단하게 정리할 만큼 싱겁지는 않다. 일단 주인공 오스카 캐릭터가 예측 불허다. 바람둥이에 자기중심적인 그는 선과 악의 명확한 선을 헤치고 다니는 파란의 인물인 셈. 일단 그가 오즈로 가게 된 경위가 압권인데, 다른 남자의 아내와 섹스를 하다 걸려 기구를 타고 도망치던 중이었다. 세 마녀 역시 이분법 안에서 움직이지만, 그 속성은 지속적으로 변한다. 테오도라는 원래 착한 마녀였지만 오즈에게 차이고 사악한 마녀 에바노라의 꾐으로 악한 마녀가 되는 식이다. 밀라 쿠니스에 따르면 “우리 모두가 물리적으로나 감정적으로나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설명. 그나저나 미셸 윌리엄스, 밀라 쿠니스, 레이첼 바이스라는데, 착하고 악하고를 따지는 게 뭐 대수인가 싶긴 하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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