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고어 버빈스키 / 출연 조니 뎁, 아미 해머, 헬레나 본햄 카터 / 개봉예정 여름(미국 개봉 7월4일
-론 레인저, 한국에선 낯선 히어로다. 가면으로 얼굴을 가린 모습이 언뜻 조로를 연상시키기도 하는데. =까만 망토와 가면은 조로의 트레이드 마크가 맞다. 하지만 론 레인저도 절대 가면 없이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가면을 쓰고 카우보이 모자를 썼는데 백마까지 타고 있다, 그러면 그건 론 레인저다. <론 레인저>는 1933년 미국의 라디오 드라마로 출발한 작품이다. 라디오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1949년부터 1957년까지 TV드라마로 제작됐고, 이후 소설과 영화로 여러 번 재탄생했다. 서부개척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론 레인저>의 이야기는 여섯명의 텍사스 레인저스가 갱단에 습격당하면서 시작된다. 그 과정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한 남자-론 레인저가 자신을 구해준 인디언 친구 톤토와 힘을 합쳐 갱단에 복수하는 게 기본 줄거리다.
-조니 뎁이 인디언 톤토 역을 맡았다고. =예고편을 보고 <캐리비안의 해적>의 잭 스패로우 선장이 찬조출연한 줄 알았다. 스모키 분장과 길게 늘어뜨린 머리카락이 잭 스패로우의 헤어스타일과 메이크업에서 영감을 받은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연상이 전혀 엉뚱한 것은 아니다. <론 레인저>는 <캐리비안의 해적> 제작진이 뭉쳐 만든 작품이다.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를 제작한 제리 브룩하이머와 3편까지 연출을 맡은 고어 버빈스키 감독, 시나리오작가 테드 엘리엇과 테리 로시아 콤비가 <론 레인저>로 다시 손잡았다. 음악감독 한스 짐머도 합세했다. 애초 <론 레인저>의 음악은 21세기 록 신을 대표하는 천재 뮤지션 잭 화이트가 맡기로 했는데 일정상 잭 화이트가 하차하고 한스 짐머가 음악을 맡게 됐다. 론 레인저 역은 <소셜 네트워크>의 윙클보스 쌍둥이 형제, <백설공주>의 왕자로 얼굴을 알린 아미 해머가 꿰찼다. 지나치게 정의롭고 도덕적인 영웅 론 레인저를 아미 해머가 어떻게 소화할지 지켜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물론 그 옆에서 능청스럽게 원주민어를 구사할 조니 뎁이 먼저 상상되지만.
-한때 제작이 중단되면서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어설프게 두 장르(SF와 서부극)의 공존을 시도했다가 흥행에서 쓴맛을 본 <카우보이 & 에이리언>과 <론 레인저>를 비교하는 사람들이 있다. 디즈니 스튜디오와 제리 브룩하이머가 손잡고 <론 레인저>를 제작한다고 발표한 게 2007년. 다음해 조니 뎁이 캐스팅됐고, 2010년에 감독이 내정됐다. 프로젝트는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2011년 8월, 제작비 조달 문제로 <론 레인저>의 촬영이 연기됐다. 그때 바로 <카우보이 & 에이리언>이 개봉했다. 웨스턴 장르를 차용한 <론 레인저>에 불똥이 튀었다. 투자자들은 21세기 관객이 과연 백마 탄 히어로가 등장하는 서부극을 좋아할까, 고민했을 것이다. 동시에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가 전세계에서 벌어들인 수익도 생각했을 것이다. 결국 2012년 3월 <론 레인저>는 첫 촬영에 들어갔다. 론 레인저가 21세기에 화려하게 부활할 수 있을지는 올여름까지 기다려봐야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