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따로 복채도 드리지 못하는데 이렇게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가만가만. 지금 기자님 어깨에 누가 올라타고 있는 게 보여. 이름이 다까끼… 뭐라고? 잘 들리지가 않네. 암튼 앞으로 5년 동안 거기에 올라타 있겠다는구먼. 저 귀신은 나도 어떻게 할 수 없는 끈질긴 놈 같으니 그냥 5년만 꾹 참아. 신기가 100번 내려도 저건 나도 손쓸 수 없어.
-알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어쩔 수 없죠. 5년 동안 꿋꿋이 잘 살아보겠습니다. 그나저나 전도유망한 조폭으로 잘 계시다가 갑자기 무당이 되신 이유가 뭔가요? =다 그놈의 ‘쩐’ 때문이지. 쩐으로 복수하려다 쩐으로 망하는 게 인생이더라고. 결국 다 털리고 그만뒀지. 한번 떠난 버스하고 돈에는 나중이란 없거든. 갚을 수 있을 만큼만 빌려야 빚이 되지 않는 건데 내가 너무 철이 없었어. 사실 전에도 돈문제로 절에 들어가 스님이 되려 한 적이 있었거든. 그땐 친구들도 많이 데리고 갔지. 그런데 절은 너무 지루해서 말이지.
-혹시 스승님이 따로 계신가요? =전설의 무당 독고철님으로부터 열심히 배웠어. 사람의 걸음걸이와 말투, 손짓, 습관을 관찰하면 인생이 보이는데 무당은 다른 사람의 인생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거지. 하지만 빼놓을 수 없는 나의 스승님은 역시 무당할매의 따님이신 ‘명보살’님이시지.
-아, 아까 보니 실내에서도 계속 모자를 쓰고 계시던? =떼끼, 여기가 어디라고 함부로 주둥이를 놀려! 그런 소리 말아. 그분은 조선의 국모라네. 명성황후의 신을 받은 분이라고. 너 같은 하찮은 인간들이 함부로 왈가왈부할 수 있는 분이 아니라고. 그분은 독고철 스승님과도 달라. 다른 사람의 인생 뭐 그런 거에 전혀 관심이 없으셔. 오직 상대의 눈치만 보고도 모든 것을 꿰뚫어보는 분이지.
-콧수염 난 최형배 밑에 있다가 당신 수하로 들어온 춘봉(김성균)에게도 한말씀 해주시죠. 당신을 너무 사랑하던데요? =내가 그놈 받아주면서 단정하게 머리부터 자르라고 했지. 아무데서나 ‘사랑합니다 행님’을 남발해서 내가 정말 돌아버릴 것 같아. 누굴 만나건 나보고 이 사람이 내 형님이라고 왜 말을 하고 다니냐고. 걔 때문에 이중생활하기 너무 힘들어.
-그래도 당신이 화장발 잘 받는다고 제일 좋아해주는 동생 아닙니까. =암튼 돌아가. 이제 또 그 무당 메이크업해야 할 시간이야. 이상한 아저씨가 해외 특사로 파견되고 멀쩡한 사람이 휠체어 타고 나오질 않나, 세상은 이미 나도 맞출 수 없는 일들이 마구 벌어지기 시작해서 그런지 요즘 화장이 너무 안 먹어. 위기야 위기, 좀 쉬든가 해야지 원. 5년 뒤에 만나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