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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의 칼끝은 어디를 향할 것인가
송경원 사진 오계옥 2013-01-15

<방황하는 칼날> 이정호 감독

출연 정재영, 이성민, 서주영 / 제작 에코필름, CJ엔터테인먼트 / 배급 CJ엔터테인먼트 / 개봉예정 하반기

이미 두 차례나 영화화되었다. 딸을 잃은 아버지의 복수라는 소재 역시 익숙하다. 그럼에도 여전히 궁금하고 기대되는 이유가 뭘까. 아마도 정재영, 이성민이라는 색깔있는 두 배우들에 대한 믿음 때문이 아닐까. 지난해 12월15일 촬영을 시작하여 벌써 11회차 진행된 이정호 감독의 <방황하는 칼날>은 그간 화제가 되었던 유사 소재의 영화들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신중한 걸음을 내딛고 있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이 영화를 매혹시키는 힘은 소재가 아니라 태도에 있다. “소설 <방황하는 칼날>이 출판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읽었고 굉장히 울었다. 심정적 공감이랄까, 독백 위주의 전개가 절로 관객의 상상을 자극한다”는 이정호 감독의 말처럼 소설의 세밀한 심리묘사와 촘촘한 전개는 글에서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힘이 있다. 하지만 영화화를 가정한다면 이를 그저 장점이라고 칭찬하긴 어렵다. 그만큼 소설적인 매력이 강한 작품이라는 말이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이정호 감독 역시 이 점을 충분히 숙지하고 있다. “영화화 제의가 들어온 건 한참이 지나서다. 처음에는 공감해 굉장히 울컥하는 기분으로 읽었지만 두 번째 읽었을 때는 왠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소년법을 비판하는 주제의식이 과도한 건 아닌가 싶기도 했고. 영화는 그 지점부터 갈라진다. 초반과 후반 설정, 그리고 뉘앙스는 가져오되 나머지 세세한 드라마는 바뀔 것이다. 조금 과장하자면 앞뒤 설정만 제외하곤 다른 이야기라 해도 무방할 정도다.” 그의 말을 듣고 나니 왠지 안심이 된다. 소재는 단지 소재일 뿐, 이야기가 아니다. 소재에 기대지 않고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이정호 감독의 <방황하는 칼날>이 기대되는 또 하나의 이유를 발견한다.

이정호 감독이 자극적인 소재에 기대지 않고 인물의 심리를 고민할 수 있는 바탕에는 배우들에 대한 믿음이 깔려 있다. 정해진 것도 없고, 꼭 원작 그대로 따라가야 하는 것도 아니다 보니 촬영현장도 기계적으로 딱딱 맞춰 돌아가는 공장이 아니라, 함께 머릴 싸매고 고민하는 토론의 장 같단다. 늘 열려 있고 의견을 나누는 걸 꺼려하지 않는다는 두 배우는 어떤 의미에서는 <방황하는 칼날>의 시작이자 끝이다. “데뷔작도 그랬지만 연기 잘하는 배우들과 일하는 건 정말 즐겁다. 특히 이번 영화에서는 시나리오조차 단순한 기준점에 불과하기 때문에 함께 고민하는 배우들과 만나게 된 걸 행운으로 생각한다. 이성민씨는 섭외될 때만 해도 제작사가 좋아할까 불안했는데, 다행히 드라마 <골든 타임>이 대박이 나준 덕에 문제가 한번에 해결되었다. 정재영씨는 원체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이기도 하지만 이번 영화를 통해 한번도 보지 못했던 모습을 또 한번 보여줄 것이다.”

첫 영화 <베스트셀러> 때는 심리적 부담이 컸던 까닭에 철저히 계획적이었지만 이번엔 “기본 골격만 가지고 과정을 계속 찾아가는 중”이라는 이정호 감독의 <방황하는 칼날>은 그래서 더 기대가 된다. “촬영 당일마다 뉘앙스가 바뀌기도 하고. 결말이 어떻게 될지 사실 나도 모르겠다. 직접 보시라.” 그의 말이 단지 홍보용 멘트로 들리지 않는 것은 단어 하나하나에서 그만큼 절박하고 동시에 함께 호흡하는 고민의 흔적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부담은 그의 몫이다. 그의 어깨가 무거워질수록 작품은 숙성될 것이다. 우리는 <방황하는 칼날>이 어떤 모습으로 찾아올지 즐겁게 기다리는 걸로 족하다.

아버지의 복수혈전

“우리가 정의의 칼날이라 믿는 것은 정말 옳은 방향을 향하고 있을까.” 한 여중생이 성폭행의 충격으로 사망한다. 여중생의 아버지 상현(정재영)은 익명의 제보로 가해자인 고등학생의 집을 찾아가고, 그곳에서 딸이 성폭행 당하는 끔찍한 비디오를 본다. 때마침 귀가하는 범인. 분노한 상현은 우발적으로 그를 살해한 뒤 복수를 위해 나머지 가해자를 찾아 나선다. 한편 형사 억관(이성민)은 그런 상현을 막기 위해 그를 뒤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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