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 김윤석, 조진웅, 장현성, 김성균, 박해준, 여진구 / 제작 파인하우스필름 / 배급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 개봉예정 하반기
장준환 감독이 말하길 “요즘은 바쁘기가 아이돌 수준”이라고 했다. “식당에 미리 예약해놓고 밥 먹을 때도 있다”며 웃었다. “영화적 요소와 인물들이 많아서 준비할 것이 많다”고 했다. <화이> 촬영을 눈앞에 두고 그렇게나 바쁜 장준환 감독을 만났다. 많은 사람들이 참 오래도 기다렸다. 데뷔작 <지구를 지켜라!> 이후 꼬박 10년 만에 그의 두 번째 장편이 ‘진짜’ 시작된 것이다.
-방금 전까지도 배우 조진웅과 캐릭터 상의를 하느라 바빠 보였다. =<화이>는 화이(여진구)라는 소년과 아빠들이라고 불리는 범죄 집단의 다섯 남자가 주인공이다. 배우들과 캐릭터에 관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해나가고 있다. 리딩도 해보고. 개별적으로 내가 개개인들에 대해 느끼는 점도 말하고, 어떻게 이 캐릭터를 함께 만들 것인지도 최종 점검하고 있다.
-다섯 아빠들에게는 아마도 각자의 특기 같은 것이 주어졌을 거라 예상된다. =그렇다. 석태(김윤석)라는 대장 아빠는 이 무시무시한 집단을 이끄는 카리스마와 심미안을 지닌 반면에 삶에 대한 극한적 악마성도 지녔다. 또 한명은 말을 좀 더듬는 순박하고 순수해 보이는 정이 많은 아빠다. 또 이 집단의 브레인 역할을 하는 아빠도 있다. 혼자 수제 총기를 만드는, 말없는 냉혈한 같은 아빠도 있다. 그리고 칼을 잘 쓰고 열쇠를 잘 따면서 사이코패스처럼 사람을 죽이면서도 웃는 그런 아빠도 있다. 각자의 스페셜리티가 고유하게 존재한다.
-<화이>는 화이가 결국 이 아빠들에게 맞서 싸우게 되는 이야기라고. =석태라고 부르는 대장 아빠의 어떤 결정에 의해 이야기는 파국을 향해 가게 될 거다. 어느 순간부터 그걸 향해서 이 영화가 달려가는 거다. 영화에서도 그 부분이 클라이맥스에 해당할 거다.
-예감컨대 화이도 아빠들의 특기 혹은 비수를 물려받았을 것 같다. =이런 집단에서 자랐으니 다섯 아빠의 특기를 고루 물려받았을 거다. 하지만 이 괴물 같은 아빠들 사이에서도 순수한 느낌을 유지하고 있는 신비한 아이랄까, 평범한 일상을 너무나 부러워하고 갖고 싶어 하는 그런 아이다. 그래서 자기만의 위장 방법으로 평상시에는 교복을 입고 돌아다닌다.
-이 영화를 하는 데 어떤 점이 흥미를 끌었나. =다른 작가가 쓴 시나리오 초고가 있었다. 그게 굉장히 빨리 읽혔다. 감각적이고 속도감이 있었다. 아빠와 아들의 대립이라는 점도 관심이 갔다. 우리가 전부 누군가의 아들이기도 하니까. 아들과 아빠로 대변되는 세대간의 갈등, 인간으로서 성인이 되기 위해 극복해야 할 통과의례, 선과 악을 기준으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최대점. 그런 것들을 이 드라마가 품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걸 들여다보고 거기에 집중하고 싶었다. ‘why’를 콩글리시로 발음하면 ‘화이’가 되기도 하지 않나. (웃음) <화이>의 이야기는 ‘왜’라는 질문을 할 수 있는 기본 토대가 있었다. 내가 항상 품고 있었던 어떤 질문들을 더 깊게 파고들 수 있는 땅을 발견한 느낌이랄까. 그래서 처음에는 조금만 고치면 금방 멋진 영화로 나올 것 같았다. 그런데 파다 보니 1년 걸린 거다. ‘왜’라는 질문을 스스로 납득하고 설득되는 데에.
-구상하고 있는 특별한 장면이 있다면. =<화이>는 선과 악의 극단 안에서 진동하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해서 그걸 빛과 어둠의 요소로 많이 그리게 될 거다. 클라이맥스가 일어나는 장소가 있는데 거기에서 빛이 어둠 속에서 살인하는 장면이 있을 것 같다. 지금 이렇게 말만 듣고는 떠올리기 어려울 거다. (웃음) 어떻게 그려질지 나도 기대된다.
-액션장면도 많은가. =30~40% 될 것 같다. 양적으로 많지는 않지만 다양하다. 카 체이싱, 칼싸움, 총격전까지. 다만 캐릭터, 심리적 동선, 플롯을 고려하면서 설정된 액션이다. 액션이 너무 많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해봤다. 하지만 전부 드라마와 얽혀 있어서 툭 빼낸다고 해서 빠지는 그런 게 아닌 거라는 걸 알게 됐다.
-<지구를 지켜라!>는 다양한 층위의 영화였다. 코미디에서 진지한 드라마까지도 아우르는. <화이>도 그러한가. =그럴 것 같지 않다. 묵직하게 쭉 뻗어나가는 쪽이다. 그런 점에서 전작 <지구를 지켜라!>와는 톤이 좀 많이 다를 것 같다. 초반에 살짝 코믹한 장면들이 있겠지만 사건이 주는 무게가 워낙 날카로워서 코미디가 비집고 들어가기가 어렵다. 그런 걸 기대한 분들에게는 다음을 약속드릴 수밖에. (웃음) 전체적으로는 단선이지만 후반부에는 반전도 있는, 크고 넓고 깊은 이야기다. 감정의 진폭이나 울림이 멜로드라마처럼 보이는 순간도 있고 하드보일드하게 보이는 순간도 있고.
-10년 만에 찍는다. 뭐가 걱정이고 뭐가 즐거운가. =다시 시작하는 느낌이다. 그게 기대이면서도 걱정이다. 그동안 꾸준히 해왔다면 현장에서의 노련함이 쌓였겠지만 그런 부분들이 비어 있다. 그 점을 잘 보완해서 이 큰 프로젝트를 제대로 완성해내고 싶다. 이 작품이 갖고 있는 모든 걸 놓치지 않고 세상에 내보내면 얼마나 뿌듯할까 하는 욕심이 앞서는 거다. 새롭게 기대되고 즐거운 부분은 배우들에 관한 것이다. <지구를 지켜라!>는 사실 머릿속에서 다 그린 다음 붙이기만 하면 됐는데, 이번에는 배우들이 어떻게 영화 안에서 살아 있느냐에 따라 달라질 부분이 많다. 배우들이 정말 살아서 움직여야만 잘 표현되는 것들이 있다. 그런 게 내 눈앞에 펼쳐지면 얼마나 짜릿할까, 기대된다.
아들과 아빠들의 싸움이 시작된다
무시무시한 실력을 지닌 범죄 집단의 다섯 사내가 있다. 그들이 3살짜리 아이를 유괴한다. 처음에는 그 아이를 빌미로 돈을 받아내려 했는데 그게 마음대로 잘되지 않는다. 그러다 대장인 석태의 결정으로 엉뚱하게도 그들이 아이를 기르게 된다. 아이는 사내들을 아빠라고 부르게 되고, 소년의 이름은 ‘화이’로 붙여진다. 그렇게 아빠들이 14년간이나 화이를 키우게 된다. 하지만 화이가 17살이 되었을 때 그와 아빠들 사이의 피비린내 나는 싸움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