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영릴릴 <용의 이빨-밀물과 썰물> 2채널 영상, 2011년
기간: 2013년 2월17일까지 장소: 일민미술관 문의: ilmin.org
2012년 12월 한달간의 뉴스를 검색하면 ‘광화문’이라는 지명이 몇번 나올까 갑자기 궁금해졌다. 광화문은 수많은 인파로 북적이는 특별한 섬 같았다. 지난 12월 세종대왕과 이순신 동상이 함께 자리한 광화문에서 ‘대첩’이라 이름 붙은 선거 유세가 있었다. 또 대통령이 된 이의 얼굴 사진을 들고 나와 밤늦게 환호하는 이들의 얼굴도 있었다. 광화문은 같은 장소라 믿기 힘들 만큼 하루에도 몇번씩 낯빛을 바꾼다. 그러나 여기엔 밖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별 상관없이 움직이는 광화문 우체국도 있고 교보문고도 있으며 일민미술관도 있다.
사거리 횡단보도를 양 갈래에 놓고 자리한 일민미술관은 새해 첫 전시로 ‘생존’을 말한다. 특정한 누구의 절박한 생존을 말한다기보다는 예술과 종교, 진화와 과학을 횡단하는 질문 던지기 차원으로서 전시는 커트 보네거트의 소설 <갈라파고스>를 적극 인용한다. 전시 제목 또한 <갈라파고스>. 전시장 곳곳에서 소설의 정신과 문구들을 발견할 수 있다. “그렇다면 무엇과 관계가 있을까요? 용감하게 그냥 ‘종교’라고 할까요? 그럴 용기가 없다면 그냥 ‘예술’이라 불러도 좋을까요? 여러분의 생각을 말해보세요”와 같은 문장들. 에콰도르의 섬 갈라파고스를 여행하게 된 사람들이 물고기로 진화하는 능청스러운 농담을 담은 소설 <갈라파고스>는 작가들의 작업과 한자리에서 색다르게 읽힌다. 물론 커트 보네거트의 입담을 파편적으로나마 다시 읽는 게 목적은 아니지만 전시에 참여한 다섯 작가들이 “제각각 생존을 위해 창의적 기술을 제시”한다는 기획 의도는 현실과 미래에 생존 자체가 가능한가 하는 커트 보네거트의 냉소와 겹치며 예술가들의 노동이 닿고자 하는 현실의 불가해한 지점을 건드린다. 2009년부터 개인적으로 인공위성을 만들고 발사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작가 송호준의 특별한 발명 작업, 무의식적으로 인류 멸망의 장면을 포착해내는 듯한 안두진의 회화 작업 등 광화문 한복판의 전시장에 놓인 작가들의 작업은 <갈라파고스>에 있는 이 문장을 떠올리게 한다. “자비와 호기심, 그리고 일종의 논리적 판단이 우리의 선택을 이끌어낸다고 오랫동안 믿어왔다. 하지만 나는 새로이 깨달았다. 정말로 중요한 어떤 선택은 선한 감정이나 지성이 아니라 두려움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