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과 기록의 투쟁을 멈추지 않는 이들과 함께.” 영화 <두 개의 문> 마지막 화면에는 이런 문구가 뜬다. 최근 국제앰네스티 언론상을 받은 것처럼 <두 개의 문>을 보는 것, 그에 대해 말하는 것은 이미 정치적인 행위다. 서둘러 파묻힌 ‘진실’에 접근하는 영화란 필연적으로 우리에게 어떤 입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두 개의 문>이 법정 진술, 관계자 증언, 영상자료와 재연까지 동원해 입체적이고 꼼꼼하게, 또 냉정하게 그 일을 재구성하는 이유다.
그런데 음악은 다르다. 다큐멘터리 음악이 흔히 관습적으로 안주하는 것과 달리 여기서는 적극적인 리듬의 변화와 신시사이저 효과가 팽팽한 긴장을 만든다. 몇편의 독립단편영화 음악을 비롯해 <방귀대장 뿡뿡이>와 <뽀롱뽀롱 뽀로로> 같은 EBS 프로그램 음악으로 알려진 최의경의 메인 테마는 차츰 긴박해지면서 사람들을 감각의 구석으로 몰아간다. 눈에 보이는 것 너머의 무언가, 실체라고 해도 좋을 것을 가늠하고 유추하고 기대하게 만든다. 음악이 화면에, 영화가 현실에 서로 끼어들고 또 충돌하는 ‘정치’가 벌어지는 셈이다. 이때 새삼스러운 건 12월19일이다. 우리가 현대사에 ‘정치적으로’ 개입해야만 하는 바로 그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