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기
600×595×1960(W×D×h)mm
특징
1. 세탁소에 드라이클리닝 맡기는 것보다 간편하고 쉽다. 2. 물입자 1/1600 크기의 미세 스팀, 분당 최대 220회 진동으로 구김 제거. 3. 생활구김은 제거하고 필요한 주름은 지켜준다. ‘바지 전용 구김관리기’ 탑재. 4. 디자이너 카림 라시드의 패턴이 적용된 외관.
2년 전쯤, 장동건과 고소영의 결혼이 알려진 뒤 처음 동반 출연했던 CF가 바로 이 스타일러였다. 두 스타의 CF 동반 출연도 화제였지만, 스타일러라 불렸던 제품 자체도 많은 관심을 불러모았다. 1인용 냉장고같이 생긴 주제에, ‘의류 관리기’라는 희한한 명칭을 가지고 나왔던 제품. 옷걸이에 걸어놓는 것만으로도 구김을 펴주고, 냄새까지 빼준다니. 쉽게 믿을 수 없었지만, 간증은 여기저기서 동시다발적으로 튀어나왔다. ‘믿습니까?’ 물었더니 ‘믿어도 됩니다’ 하는 답변들이 많이도 들려왔다. 있으면 그만큼 유용한 제품이라는 말이었고, 그러더니 급기야 ‘신혼부부들이 꼭 가지고 싶은 가전’ 어쩌고 하는 리스트의 최상위권을 차지하기도 했었다. 그럴 만했다. 최근 몇년 사이 한국에서 발매됐던 가전 가운데 가장 참신한 제품 중 하나가 아니었나 싶을 정도다(미국에서는 2005년에 이미 패브릭 프레시너라는 이름의 의류 관리기가 등장했었지만, 스타일러만큼 갖고 싶은 느낌은 아니었다).
스타일러가 등장한 지 2년. LG가 기능을 향상시킨 신제품을 내놨다. 이름은 여전히 스타일러지만, 그 뒤에 괄호 열고 ‘카림 라시드 에디션’ 정도의 단어를 붙여도 되겠다. 명성이 자자한 제품 디자이너인 카림 라시드의 디자인 패턴을 제품 외관에 적용해서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어느 정도 신제품의 느낌을 주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기능은 사실상 큰 차이가 없다. 제품 안에 걸어두는 것만으로 자주 세탁할 수 없는 의류의 세균과 냄새를 제거하고 구김을 펴주는 기본적인 기능에서 크게 나아간 바를 찾기 힘들다. 다만 2년이라는 시간 덕분에 성능은 좀더 정교해졌다. 구김 제거 기능의 경우 물 입자의 1/1600 크기인 미세한 스팀을 분사하면서 옷을 좌우로 분당 최대 220회 흔들어 구김과 미세먼지를 동시에 잡는 식이다. 여기에 특별히 추가된 건 ‘바지 전용 구김 관리기’다. 기존의 스타일러에 바지를 걸어두면 보톡스를 맞은 것처럼 바지의 모든 주름이 제거되는 불상사가 있었다(반대로 그만큼 구김 관리 능력이 탁월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 결과 바지의 앞주름을 잡기 위해 다시 다림질을 해야 했다. 편하자고 한 일이 더 큰 불편함을 초래하니 스타일러 안에 바지를 걸어두는 일은 애초에 하지 않는 것이 더 나았지만, 이번에 새로 추가된 바지 전용 구김 관리기 덕분에 불편함은 어느 정도 해소됐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이게, 전부다. 그러니까 특별히 더 나아진 점이 없다. 그건 그만큼 이전 제품의 완성도가 높았다는 말도 된다. 그러니 이 제품은 신제품이라기보다 자동차업체들이 많이 쓰는 ‘페이스 리프트’ 정도로 부르는 게 더 적당할지 모르겠다. 어떻게든 포장해서 신제품을 계속 팔아야 하는 건 기업의 룰이니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다. 애플마저 혁신을 보여주지 못하는, 요즘 같은 기술 정체 시대에 거의 모든 전자제품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니까. 다만 아쉬운 건 출시 가격이다. 이 제품의 출시 가격은 190만원에서 200만원대. 2년 전 나왔던 전작들도 비슷한 가격에 출시됐었다. 디자인에 유명 디자이너의 이름을 가져다 쓰는 대신 가격을 좀더 내렸다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선뜻 구입을 결정하기에 망설여지는 가격대인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겨울이면 유독 ‘지르고’ 싶은 제품인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