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2013년 1월27일까지 장소: 충무아트홀 대극장 문의: 02-6391-6333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의 황태자였던 루돌프, 그의 삶은 비극적인 만큼 매력적이다. 뮤지컬 <황태자 루돌프>는 왕권을 계승받을 황태자이지만 혁명을 꿈꿨던 자유주의 사상가였고 사랑에 열정적이었던 루돌프의 인생을 담은 작품이다. 루돌프 황태자의 어머니이자 그의 사상에 지대한 영향을 준 엘리자벳 황후의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 <엘리자벳>을 먼저 본 관객이라면 이 작품이 더욱 흥미로울 것이다.
유독 황태자 루돌프의 삶이 매력적인 소재로 여겨져온 것은 그가 자신의 아내가 아닌 연인 마리 베체라와 마이얼링 별장에서 권총 자살로 삶을 마감했기 때문이다. 대외적으로는 자살로 알려져 있지만 그가 황태자 신분에도 불구하고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자유주의 사상가였던 점을 감안하면 그의 죽음이 타살이었을 가능성도 꽤 높다. 뮤지컬 <황태자 루돌프>는 이 점을 놓치지 않는다. 그와 그의 애인의 죽음이 타살인지 아니면 자살인지 여러 의문점을 제시하며 시작한다. 1막은 사상 차이로 아버지 그리고 아내와 대립을 일으키며 위태로운 처지에 놓이게 되는 루돌프 황태자의 고뇌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누구보다 자유를 꿈꿨지만 너무나도 외로웠던 그는 자신의 사상과 외로움을 이해해주는 마리 베체라와 사랑에 빠진다. 황태자와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여자의 사랑이지만 극은 둘의 운명적 사랑을 소소하게 풀어나가며 마치 평범한 연인들의 데이트를 지켜보는 듯한 잔재미도 느끼게 해준다. 여기에 조연들의 앙상블이 빛을 발한다. 특히 타페 수상과 타페 수상의 음모를 알아챈 루돌프의 사촌 라리쉬 백작부인의 넘버 <공포와 욕망>은 탱고 선율에 맞춰 절도있는 안무를 선보여 단연 돋보인다. 2막에선 정치적 상황보다는 루돌프와 마리의 애절한 관계에 더욱 주목한다. 시대적, 정치적 배경을 여러 번 관객에게 설명해야 하는 만큼 다소 산만했던 1막에 비해 2막은 두 남녀의 사랑으로 이야기가 압축되어 간결하면서도 힘이 있다. 하지만 루돌프와 마리의 멜로에 힘을 싣기 위해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나 정치적 대립이 주는 긴장감 등 부수적인 재미를 쉽게 포기한 느낌이 남아 아쉽다.
극의 배경이 19세기 말 비엔나인 만큼 무엇보다 관객의 눈을 먼저 사로잡는 것은 등장인물들의 화려한 의상과 무대세트다. 장면과 배역에 맞춰 디자인된 의상을 구경하는 재미와 왈츠와 탱고 등으로 구성된 아름다운 뮤지컬 넘버가 관객을, 운명적 사랑을 나눴던 루돌프 황태자와 마리 베체라의 시간 속으로 데려다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