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진흥위원회가 12월6일 마련한 ‘한국영화 관객 1억명 돌파 기념행사’.
사무실이 중구 필동에 있다. 이곳에는 아주 유명한 냉면집이 있다. 점심 시간에 우리 사무실을 방문하는 사람의 대부분이 이 냉면집에 가길 원한다. 어떤 주는 무려 세번 이상 간 적도 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이 냉면집을 갈 때마다 기분이 씁쓸해진다. 너무 자주 가서 질린 게 아니냐고? 함께 간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는 듯하다. 그것보다 다른 이유가 있다. 내가 만든 영화의 관람료가 이 집 냉면의 한 그릇 값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 때문이다. 주위를 한번 둘러보면 그게 어디 냉면뿐이랴. 유명한 설렁탕을 먹으려면 9천원은 내야 하며, 브랜드 커피 한잔 마시려면 5천원은 있어야 한다. 그런데 평균 영화관람료는 4년이 지나도 8천원 그대로다(주말 영화관람료는 9천원이다).
올해 한국영화의 평균 총제작비(순제작비+P&A)는 50억원 내외다. 50억원 기준의 손익분기점은 150만명 정도다. 물론 올해 한국영화가 사상 유례없는 호황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적자 폭이 줄어들었을 뿐, 한국 영화산업은 여전히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 얘기를 들은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얘기할지도 모르겠다. “관람료 탓을 하지 말고 영화를 잘 만들면 된다. 그러면 많은 관객이 들고, 흑자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이다.” 어느 한 군데 흠잡을 데(?) 없는 말씀이다. 어떤 재화나 서비스에는 적정 가격이라는 게 존재한다. 상업영화의 평균 제작비, 연간 극장을 찾는 관객수, 1인당 국민소득, 타 서비스 가격 등 여러 요소와 비교했을 때 현재 영화관람료가 과연 적정한지 고민해봐야 한다. 여러 상황을 종합해볼 때 한국영화의 적정 관람료는 1만원이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경제 규모의 국가와 비교하면 영화 티켓값 1만원은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영화관람료가 1만원으로 인상되면 영화의 손익분기점은 100만명 선으로 낮아진다. 그렇게 되면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이 지금보다 커진다. 이건 어디까지나 영화를 잘 만든다는 전제하에서 하는 얘기다.
그러나 영화관람료를 인상하는 건 현실적으로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다른 재화와 달리 영화관람료는 전 국민의 관심사이다. 택시 요금, 자장면 가격이 그렇듯이 말이다. 1천원만 올리려고 해도 전 국민적(?) 저항에 부딪힌다. 지금의 8천원도 무려 8년 만에 1천원 인상한 금액이다. 영화관람료가 이유의 전부는 아니겠지만, 스탭의 처우 개선, 새로운 기술의 도입 같은 영화제작 환경의 선진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여러 이유 중 하나인 것 같다. 만약 영화관람료 인상이 이루어지면 새롭고, 신선하고, 관객이 만족할 만한 영화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만들어질 거라고 확신한다. 올해 한국영화 연 관객수가 1억명을 돌파하고, 1천만 관객 영화가 두편이나 나오고, 400만 관객을 넘은 영화가 12월 현재 9편이나 나왔지만 한국영화의 현실은 여전히 쉽지 않다는 사실을 관객이 알아주길 바란다.
2011년 기준 대한민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2만3749달러다. 세계 31위 규모다. 한국과 비슷한 경제 규모의 국가의 영화관람료는 얼마 정도일까. 일단 2만7875달러로 한국보다 2계단 위에 있는 그리스의 경우, 2012년 12월 현재 영화관람료가 7.5~8유로라고 한다. 한화로 1만1천원 정도다. 2만2669달러로 한국보다 3계단 아래에 있는 포르투갈의 경우, 7~7.5유로다. 9900원 정도다. 2만1592달러로 한국보다 6계단 아래에 있는 대만은 220대만달러라고 한다. 약 8100원이다. 모두 한국의 평균 영화관람료인 8천원보다 비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