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otie Tang 2001년, 감독 루이스 C. K. 출연 랜스 크로서, 크리스 록, 로버트 본 장르 코미디 (파라마운트)
<개그 콘서트>의 수다맨을 주인공으로 영화를 만들면 어떨까? 모든 대화를 ‘수다’로 떠들어대고, 이상한 표정으로 갖가지 사건들을 해결하는 괴상망측한 영화. <푸티 탕>의 출발점이 그것이다. ‘푸티 탕’이라는 캐릭터는 <리쎌 웨폰4> <너스 베티> 등에도 출연했던 흑인 코미디언 크리스 록이 진행하는 <크리스 록 쇼>에 처음 나왔다. <크리스 록 쇼>의 작가였던 루이스 C. K.는 자신만의 독특한 언어로 말하는 ‘푸티 탕’을 창안했다. 말을 하는 도중에 아무렇지도 않게 ‘와 다 타’, ‘사 다 테이’, ‘세파타운’, ‘카파차우’ 같은 말을 내뱉으면, 크리스 록은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답을 하며 대화를 나눈다. 썰렁한 것 같지만 푸티 탕이 방송에 나온 뒤 이메일로 찬사가 쏟아지고, 라디오에서 인용을 하는 등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푸티 탕>은 푸티 탕이라는 ‘슈퍼 히어로’의 탄생비화와 활약상을 보여주는, 황당무계한 코미디다.
푸티 탕은 음악, 영화, 무술, 도예 등 수많은 분야에서 성공을 거둔 영웅이다. 또한 현대 사회의 모든 죄악의 근원인 렉터 주식회사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기도 하다. 푸티 탕은 렉터의 하수인 더티 디의 마약 거래 현장을 습격하고, 공익광고로 렉터사에서 만드는 불량 햄버거, 술과 담배 등을 멀리하자고 호소한다. 이에 렉터 주식회사의 매출은 날로 줄어들고, 렉터는 푸티 탕을 2억달러의 광고 출연료로 매수하려 하지만 거절당한다. 렉터는 정부인 아이린을 통해 푸티 탕의 약점(모든 슈퍼 히어로에게 존재하는)을 찾아내고, 푸티 탕의 모든 힘을 뺏어버린 뒤 광고의 출연 계약서에 서명하게 한다. 푸티 탕이 렉터의 쓰레기 같은 상품들을 선전하게 되자 사람들은 실망하고, 그 역시 실의에 빠져 시골로 낙향한다.
<푸티 탕>의 내용이나 장면들은 시끌벅적한 TV 쇼를 보는 느낌이다. 인과성이나 감정선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상황과 인물들에 걸맞게 모두가 슬랩스틱을 펼치는. 아주 낯설거나, 아주 즐겁게 보거나 둘 중의 하나다. 어느 쪽이건 <푸티 탕>을 보고 나면, 흑인의 대중문화가 무엇인지를 조금 배운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푸티 탕>에는 70년대 인기를 끌었던 블랙스플로테이션 영화의 액션이나 공격적인 농담들, 힙합문화부터 <매트릭스>까지 뒤죽박죽으로 얽혀 있다.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 푸티 탕의 신곡을 들은 흑인들 누구나 감동을 하지만 바로 옆에 있는 백인은 아예 듣지도 못한다. 이렇듯 <푸티 탕>은 흑인들을 위한, 흑인들의 기상천외한 코미디다.
김봉석/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