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통 앞에서 이어폰으로 라디오를 들으면서 편지를 하나씩 우체통에 넣고 있던 여자가 갑자기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음악소리에 놀라 환호성을 지르며 뛰어간다. 그리곤 한 전자상점에 몇명의 젊은이가 들이닥쳐서는 가게 안의 라디오 볼륨을 높이고는 들려오는 음악소리에 환호성을 지르며 상점 안을 미친 듯 뛰어다니며 외친다. “라디오에서 우리 노래가 나와! 우리 노래가!”
미국의 국민배우(?) 톰 행크스의 감독 데뷔작 <댓 씽 유 두>는 그리 뛰어난 작품은 아니다. 그러나 그리 큰 탈없이 쉽게 편히 볼 수 있는 정도다. 흔히 영화보다 영화 속 음악이 더 각인되는 경우가 있는데, <댓 씽 유 두> 또한 그런 영화 중 하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싱글스>의 어떤 평처럼 영화보는 것보다는 포스터를 보며 영화음악을 듣는 게 더 낫다는 식의 악평을 들을 만한 영화는 결코 아니다.
내가 이 영화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예전의 꿈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음악을 즐겨들었거나 좋아했던 이들이라면 한번쯤은 자신도 밴드를 만들어서 음악을 해보고 싶었던 적이 있을 것이다. 나도 역시 그러했다. 중학교 시절 청계천에 가서 오버킬의 같은 빽판을 사서는 함께 듣기도 하고, 낙원상가를 돌아다니며 괜히 사지도 않을 기타를 만지작거리던 난 함께 몰려다니던 친구들 중 몇명과 함께 밴드를 만들기로 한 적이 있었다. 그중 제일 음악적 역량이 부족했던 내가 베이스를 맡기로 하고는 뭔가 이루는 듯하던 우리는 결국 밴드를 꾸리기도 전에 엎어지고 말았다. 우리 밴드가 그렇게 허무하게 막을 내리게 된 이유는 어떻게 된 것이 악기를 사러가서는 각자 기타만 사왔기 때문이었다. 무슨 기타서클도 아니고 남정네 넷이 늘어서서 기타만 들고 뭘 하겠는가?
아마도 <댓 씽 유 두>의 졸업파티 장면에서 잠깐 나왔던 묘령(?)의 여인들처럼 통기타 메고 나와서 “시냇물 흘러…” 어쩌고 하는 노래나 불렀을까?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마치 기타강습소 같던 우리 밴드 연습실 풍경 때문에 웃음이 절로 난다.
<댓 씽 유 두>은 우리와 비슷한 체험을 한 사람들에겐 탄성이 절로 나오게 하는 장면들이 많다. 교회에서 열악한 장비로(심지어 녹음기사와 밴드의 여자친구가 박수로 효과음을 넣는) 녹음하는 장면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이다. 뭔가 각자 다른 꿈과 생각을 가진 이들이 함께 음악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모여서 즐겁게 노래하는 것. 그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다운 것인 것 같다. 비록 영화 속에서처럼 각자 흩어지고 찢어질지언정 함께했던 순간만은 즐거웠을 테니 말이다.
예전에 나와 함께 꿈을 나누었던 벗들이 올해를 맞이하여 새롭게 세상에 도전장을 내고 있다. 중·고등학교 시절 함께 음악 듣고 밴드 한답시고 설쳐댔던 크라잉 너트는 종합 엔터테이너(?)가 되려는지 <이소룡을 찾아랏!>이란 영화를 들고는 영화계에 도전장을 던졌고, <지우개 따먹기>의 음악을 만들어주었던 나의 절친한 벗, 천재작곡가 하림은 첫 솔로앨범을 발매했다.
함께 꿈을 키워왔기 때문일까? 이들의 일이 그저 남일 같지만은 않다. <댓 씽 유두>의 마지막 엔딩 자막처럼 우리 각자의 인생에 대한 코멘트들이 각각 나름의 꿈을 이루는 해피엔딩이면 좋겠다. 흐뭇함과 함께 비디오테이프를 꺼낼 수 있게 말이다.
민동현/ 단편영화 <지우개 따먹기> <외계의 제19호 계획> 연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