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이후 ‘협동조합’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세계 경제 위기 속에서도 고용을 유지하거나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지 않은 기업들이 있었는데, 협동조합이었다. 협동조합은 자본주의 경제의 모순을 완화할 대안으로 재평가받았다. 2012년을 ‘세계 협동조합의 해’로 정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협동조합 활동을 해온 단체, 활동가들의 노력 끝에 2011년 12월29일,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되었다.
국제협동조합연맹(ICA)은 협동조합을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사업체를 통하여 공동의 경제•사회•문화적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인 사람들의 자율적 조직’으로 정의한다. 협동조합은 ‘모든 경제 주체들이 자기 이익을 위해 행동한다’는 경제학의 기본 원리와 다르며, 시장경제 안에 ‘시민시장’의 존재를 증명하고 있다. ICA가 100주년 총회에서 정한 ‘협동조합의 원칙’은 어떻게 협동조합이 자본주의와 다른 시장경제 양식이 될 수 있었는지 잘 설명해준다. 협동조합은 독점의 욕망이 아니라 연대의 실천으로 사회적 경제를 실현해왔다.
협동조합은 자본 중심으로 재편되어버린 영화의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 중 하나로 주목할 만하다. 우선 영화 상영 문제로 접근해보자. 몇년 사이 가속화되고 있는 지역 예술극장 경영 위기, 지역 극장의 폐관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상황은 아니다. 다른 나라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협동조합으로 돌파하는 극장들이 있다.
인구 8만1천여명의 미국 일리노이주 샴페인 카운티에는 ‘아트 시어터’, ‘굿리치 사보이 16’, ‘카마이크 비버리 시네마 18’ 등 3개의 극장이 있다. 단관으로 독립•예술영화를 주로 상영해온 100년 전통의 ‘아트 시어터’는 경쟁에서 밀리며 경영상의 위기를 맞았다. 시급한 과제인 디지털 전환과 향후 지속적인 운영 등을 위해 추가 자금이 필요했는데, 관객이 직접 소유자가 되는 협동조합 전환을 해법으로 결정했다. 목표한 출자금이 모여 협동조합이 결성되면, 협동조합이 극장을 인수하는 형태였다. 2012년 10월을 시한으로 정해 추진되었는데 7월에 1천명이 넘는 조합원이 가입해 목표액을 초과 달성했으며, 9월에 미국의 첫 번째 협동조합 예술극장으로 재탄생했다.
지역 예술극장만 협동조합으로 바뀐 것이 아니다. 미국 미네소타주 스티븐슨 카운티 모리스는 인구가 5천여명밖에 안되는 마을임에도 불구하고 극장이 있다. ‘모리스 극장 협동조합’이다. 1940년 설립된 모리스 극장은 설립 70년이 된 2010년 협동조합으로 전환했다. 영화만 상영하는 공간이 아니라, ‘삶의 한 부분으로서 친구들, 이웃들과 커다란 스크린으로 영화를 보는 특별한 경험’을 나누고 ‘지역을 활성화시키고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는 영화관’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한 결정이었다. 전체 인구의 5% 이상의 주민들이 참여하고 있다. 첫 출자금으로 우선 스피커 교체 및 디지털 사운드를 추가했으며, 지난 10월24일엔 디지털 영사기를 도입했다. 스크린 수와 편의시설을 확충하는 다음 계획도 착실히 진행 중이다.
두 극장은 지역민(관객)이 주인인 진짜 ‘공동체 영화관’이다. 한국에서도 협동조합 영화관을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 2012년 개관한 독립영화관 인디스페이스와 강릉 독립예술극장 신영은 ‘비주류 영화 상영과 관람’이라는 공동의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후원 모금 등 자발적 참여를 통해 개관했다. 이는 협동조합의 설립 목적과 다르지 않다. 적극적으로 협동조합 전환을 고려해볼 만하다. 또한 이후 설립될 지역 독립예술영화관도 관객과 지역민의 참여가 가능하도록 협동조합 방식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면 좋겠다. 관객이 진짜 소유자가 되면, 참여가 더욱 활발해질 것이며 운영의 어려움도 함께 나누게 될 것이다.
‘협동조합의 원칙’ 국제협동조합연맹이 100주년 총회에서 정한 7원칙은 협동조합 설립과 운영의 나침반으로 평가된다. 7원칙은 다음과 같다. ①자발적이고 개방적인 조합원 제도 ②조합원에 의한 민주적 관리 ③조합원의 경제적 참여 ④자율과 독립 ⑤교육, 훈련 및 정보 제공 ⑥ 협동조합간의 협동 ⑦지역사회에 대한 기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