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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투 필름’이라는 중매쟁이

<위저드 베이커리>

영화는 소설에서 새로운 소재를 구하고, 소설은 영화를 통해 새로운 생명력을 얻는다. 그렇기에 지금도 어디선가 갓 태어난 소설과 아직 태어나지 않은 영화가 인연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 중매자로 올해부터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필름마켓이 나섰다. 이름하여 ‘북 투 필름’(Book to Film). 베를린국제영화제의 ‘Books at Berlinale’를 모델로 한 출판물의 영화화 판권 마켓이다. 실현 가능성, 참신성 등을 기준으로 심사에 통과한 작품들에 피칭 기회가 주어지고, 구매에 관심있는 제작자는 미팅을 통해 작가나 출판사와 가격을 타진할 수 있다. 올해 심사를 통과한 작품은 <S다이어리>의 박성경 작가가 쓴 <쉬운 여자>,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강태식 작가의 <굿바이 동물원>, 일본 추리소설 작가 노리즈키 린타로의 <요리코를 위해>를 포함한 10편이었다. 그중 위 3편이 이목을 끌었다.

북 투 필름의 취지는 공식적인 장의 마련과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작품의 발굴이다. 기존에는 거래가 일대일로 이루어지다보니 판권 판매 여부조차 잘못 알려져 있는 경우가 많았다. 남동철 아시아필름마켓 실장은 “<위저드 베이커리>나 <요리코를 위해>도 팔렸다고 알려져 있었는데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구매자는 적정 수준의 가격을, 판매자는 제작자의 열의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제대로 된 임자를 찾아주는 것”이 최종목표인 것. 또한 발견의 맛도 있다. “<쉬운 여자>처럼 유명 소설은 아니지만 영화 아이템으로는 신선한 작품에 제작자들의 호응이 높았던 것”은 첫 번째 북 투 필름의 중요한 성과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만 북 투 필름의 미래는 충분히 밝아 보인다. 남동철 실장은 “마켓이 단순히 영화를 사고파는 곳이 아니라 제작에도 힘을 실어줄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다”며 “해외 출판사의 참여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부산국제영화제의 책시장도 영화시장만큼 북적이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