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플라워: 한 통의 편지에서 시작되는 비밀스런 이야기> 스티븐 크보스키 지음 / 돋을새김 펴냄
<월플라워> The Perks of Being a Wallflower 감독 스티븐 크보스키 / 출연 에마 왓슨, 로건 레먼, 이즈라 밀러 / 미국 개봉 9월23일
‘월플라워를 지키자!’ 스티븐 크보스키의 <월플라워: 한 통의 편지에서 시작되는 비밀스런 이야기>는 1999년 출간 당시, 미국자유인권협회(ACLU)를 뿔나게 했던 작품이다. 넘기는 페이지마다 섹스, 폭력, 약물, 신성모독으로 가득한 이 청소년 도서를 학생들에게 보여주는 건 크나큰 죄악이라는 도덕주의자들과 이런 내용이야말로 청소년의 필독서라는 학생층의 의견을 대변한 이들이 충돌한 것이다. 실제로 미국 내 두개 학군에서 이 책을 금서로 지정했다. 도대체 수위가 어느 정도일지 흥분될 지경의 해프닝이다. 솔직히 척 팔라닉의 신간처럼 꽁꽁 싼 비닐 래핑까지 기대할 정도는 아니다. 주인공 찰리가 1년 동안 미지의 친구에게 보낸 편지 형식이란 점도 책의 분위기에 영향을 끼친다. 아무래도 한번 걸러낸 서간체가 주는 안온함이 전반적인 톤을 지배하게 마련이다. <월플라워>가 가진 극심한 충격의 정도는 오히려 보이지 않는 데서 찾아야 한다. 내성적인 찰리는 이른바 존재감없는 ‘월플라워’(파티에서 혼자 벽에 붙어 서 있는, 인기 없는 여자를 가리키는 영어 표현)이고, 그의 내면은 이모의 죽음, 친구 마이클의 자살이라는 상처로 잠식되어 있다. 방황하는 가운데, 찰리는 더 스미스의 <Asleep>을 심하게 좋아하며 <앵무새 죽이기> <호밀밭의 파수꾼> <길 위에서> 같은 책들을 끊임없이 섭취하는 독서파다. 그가 마약에 빠져들고, 섹스를 접하고, 친구의 동성애라는 신세계를 목도하는 동안 겪는 일들은 어른들에겐 사고이자 골칫거리지만 찰리에겐 일종의 통과의례에 가깝다. 워낙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이야기인 만큼 영화화하기에 최적의 원작이지 싶다. 영화는 작가 스티븐 크보스키가 직접 연출을 맡아 지난 9월 미국 개봉했으며 “혹시 감독이 직접 겪은 일 아니야?”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실감나게 청소년의 현재를 그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퍼시 잭슨> 시리즈의 로건 레먼이 찰리의 섬세한 내면을, 에마 왓슨과 이즈라 밀러가 각각 찰리를 종용하는 ‘문제아’ 샘과 패트릭을 맡아 파격적인 모습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