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재능의 소유자가 우연히 은둔고수의 눈에 띄어 성공한다는 얘긴 오래된 신화다. 이때 재능있는 자는 스스로 그 주인공이, 안목을 확신하는 자는 은둔고수가 되고 싶어질 만도 하다. 하지만 ‘신화’가 그렇듯 여기엔 많은 것들이 생략되었다. 그 공백에는 신뢰로 쌓인 업계 인맥이 있고, 그들이 얽힌 산업이 있으며, 또한 공생관계의 미디어가 존재한다. 물론 이 모든 게 다 있어도 뭐, 될까 말까 한 일이고. 하지만 어쨌든, 일단 재밌지 않은가.
유명 프로듀서이자 최근 <헝거게임: 판엠의 불꽃>의 음악감독이었던 티 본 버넷이 참여한 드라마 <내슈빌>은 바로 그 신화에 대한 얘기다. 은퇴한 전설의 프로듀서가 작은 클럽 오픈 마이크 무대에서 노래하는 듀엣을 발견한다. 그는 마침 안팎으로 도전받는 컨트리 슈퍼스타에게 전화를 걸어 그 노래를 들려준다. 이 첫회의 엔딩은 <내슈빌>이 팝 산업 내부의 갈등(허울뿐인 스타, 싸가지 없는 신예, 변두리 클럽의 원석, 대형 레이블과 서브 레이블의 불편한 관계, 음반을 사지 않는 젊은이들)을 동력으로 한다는 걸 선명하게 보여준다. 엔딩 곡의 제목은 <If I Didn’t Know Better>, 3분 동안 남녀 듀엣의 ‘케미컬’이 장난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