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술자리에서 우연히 만난 분이 이메일로 좋아하는 뮤지션을 추천해주었는데, 요즘 가장 자주 듣는 노래가 됐다. ‘최신가요인가요’를 재미있게 읽고 있으며 (깨알 자랑!) 이 지면에서 알게 된 그룹 ‘논’의 노래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는 그분이 소개해준 뮤지션은 ‘솔루션스’였다. 왜 이름이 솔루션스일까, ‘이 복잡한 세상, 우리들의 음악이 해결책!’이라는 자만심의 발로라면 ‘멋지다’라고 생각했는데 싱어송라이터 ‘박솔’과 ‘나루’가 함께 팀을 이루는 바람에 생긴 이름이었다. 이런 센스쟁이들! (음, 한국식 이름으로는 ‘나박’김치를 추천합니다!)
솔루션스의 음악은 (다양한 장르가 혼재되어 있고, 노래마다 색깔도 다 다르지만 전반적으로) 무덤덤해서 좋다. 대단히 매력적인 음악을 하고 있는데도 생색내지 않아서 좋고 (반대로 생색내지 않아서 매력이 배가되는 것일 수도 있고) 두 사람은 싫어할지 모르겠지만 ‘유앤미블루’를 처음 들었을 때가 생각날 만큼 사운드와 목소리의 조화가 매력적이어서 좋다. 앨범의 노래들을 모두 즐겨 듣지만 가장 많이 들었던 노래는 <Lines>의 한국 가사 버전이다. ‘모두 평행선을 달리고 있죠/ 아주 당연한 듯/ 뒤돌아보질 않아/ 우린 작은 우연 속에 만나고/ 이유는 모른 채/ 서로를 마주보네’라는 가사와 징글쟁글한 기타와 무심한 목소리가 어찌나 잘 어울리는지 이어폰을 낀 채 노래를 듣고 있으면 거리를 지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다르게 보인다. 왜 사람들은 지금 이곳을 지나게 됐는지, 우연 속에 들어온 사람들의 삶을 정지화면으로 만든 다음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한때 그런 뮤직비디오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누군가 이미 만들었을 가능성이 크지만) 한장의 정지화면으로 시작한 다음 시간을 되돌려 화면 속에 등장한 사람들이 왜 이곳으로 모이게 됐는지, 이들은 어떤 우연 때문에 이 자리에 있게 됐는지를 역추적하는 영상을 만들고 싶었다. 아마도 영상을 찍는 것은 포기하고 언젠가 그런 소설을 쓰게 될지도 모르겠다. 솔루션스의 <Lines>를 들으면서 상상으로만 존재했던 그 영상을 떠올렸다. 서로 마주보고 있는 두 사람이 있고, 시간을 되돌리면 이들은 전혀 몰랐던 사이로, 평행선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뒷걸음질치다가 우연을 거슬러 평행선이었던 시절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우리들은 어쩌다가 만나게 됐을까. 평행선이었던 두 사람은 어째서 교차점을 만들게 됐을까. 둘 중 한 사람이 자신의 직선을 포기하면, 혹은 궤도를 수정하면 우연은 생기게 되어 있지만, 서로를 마주보는 내내 신기하기만 하다. 우리들은, 정말, 어쩌다가 만나게 된 것일까. 우주의 역사를 생각하고 지구의 역사를 생각하고 모든 것의 역사를 생각해도 이 우연은 참으로 놀랍다. 교차점은 불편하고 관계는 지옥이지만 우리는 매번 우연에게서 받은 선물 포장을 뜯어보고 싶은 마음에 내일을 또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