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는 영화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다양한 지원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종류만도 스무 가지가 넘고, 그중 현금성 직접 지원 예산만 150억원에 달한다. 영화계에서 가장 수요가 많은 기획개발과 제작지원에 약 46억원이 쓰인다. 그런데 영화인들 중에는 영진위의 지원사업이 예술영화나 독립영화에 한정돼 있다는 선입견을 가진 이들이 많다. 하지만 46억원의 제작지원비 중에 독립영화만 받을 수 있는 지원금은 6.5억원에 불과하다. 나머지 40억원에 가까운 자금은 상업영화, 독립영화, 예술영화 등을 가리지 않고 한국영화를 제작하는 누구나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이중 30억원은 공모심사 방식이 아닌 자동지원이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정말 자동으로 받을 수 있다.
영진위가 몇해 전부터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이 유럽식 자동지원 모델이다. 유럽 영화정책의 핵심적인 아젠다는 사회문화적 자산인 영화가 끊임없이 만들어지도록 한다는 데 있다. 영국의 tax 선환급 제도나 독일과 프랑스의 자동지원 제도는 그런 사회문화적 자산을 확보하기 위한 일종의 인프라 시스템인 셈이다. 이러한 정책을 벤치마킹해서 산업 내에서 가장 취약한 기획개발 부문의 지원 인프라를 깔아보자고 기획된 것이 ‘적립식 지원사업’이다. 이 사업은 이전에 개봉했던 영화를 통해 영화발전기금이 납부되면 이를 적립해두었다가 차기작의 기획개발에 지원해주는 방식이다. 올해만 있다 없어지게 될 스탭 인건비 지원사업도 마찬가지다. 스탭들의 열악한 수입을 보전해주는 동시에 이를 제작사가 지분으로 가져가게 함으로써 영화제작을 위한 기본 바탕을 마련해주자는 목적의 제도다. 순제작비 1억~20억원 사이의 영화에 한해서, 제작자가 스탭에게 월급을 주고 4대보험을 가입시켜주었다면, 스탭 1인당 450만원, 최대 1억원의 인건비(4억원 이하 영화는 4천만원)를 지원받을 수 있다. 만일 제협과 영화산업노조간의 단체협상 내용을 이행한다면, 그 지원폭은 2억원까지 확대된다.
이 사업들은 공모가 아니라 수시지원이므로 제작 진행상황에 맞춰 언제나 지원할 수 있다. 내용 심사도 거치지 않는다. 해당 프로젝트가 진행되는지, 계약이 체결되었는지, 결격사유(영진위 채무, 스탭 인건비 체불, 중복지원)가 없는지만 검토한다. 또 지급된 지원금은 제작사만 받을 수 있고, 환수대상이 아니므로 그 금액만큼 제작사는 투자수익 지분을 가질 수 있다. 올해 적립식 지원으로 벌써 36건의 프로젝트가 편당 3500만원가량의 금액을 지원받았다. 대부분 내로라하는 제작사의 프로젝트들이어서 개봉까지 기대가 된다. 그렇지만 예산은 아직도 40%가량, 8억원 정도가 남아 있다. 올 연말까지 사업기간임을 감안하면 영화계에서 좀더 적극적으로 응할 필요가 있다. 스탭 인건비 지원사업에서는 올해 9억7천만원의 예산 중 고작 2억원만 지급되었다. 이 사업은 마감이 11월30일로 한달여밖에 안 남았다. 기껏 차려준 밥상은 좀 찾아먹었으면 좋겠다. 정부지원사업은 당해연도의 실적이 좋아야 내년에도 유지되고, 규모도 확대될 수 있다. 당신이 알차게 쓴 지원금은 내년 사업예산으로 영화계 모두에 돌아오게 되어 있다. 독립영화든 상업영화든 만들기 시작했다면 영진위 홈페이지부터 뒤져라.
영진위의 2012년 현금지원사업예산은? 6억5천만원의 독립영화제작지원, 9억7천만원의 스탭 인건비 지원사업 외에도 지원 내역이 다양하다. 기획개발 지원은 9억4천만원, 적립식제작지원에만 20억원의 예산이 책정돼 있다. 제작뿐만 아니라 유통과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사업도 있다. 전용관 지원사업에 쓰이는 예산은 16억2천만원, 개봉지원 예산은 4억5천만원이다. 국제공동제작(20억원)을 하거나, 영화제 마켓에 출품할 때도(4억2천만원) 지원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