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11월11일까지 장소: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문의: moca.go.kr
오늘 아침 신문에서 피카소, 마티스, 모네, 고갱 등의 미술 작품 7점이 도난당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워털루 다리, 런던>(모네), <백황색 실내복 여인>(마티스), <광대의 머리>(피카소), <눈을 감은 여인>(루치안 프로이트) 등 도난당한 미술 작품의 이름을 따라 읽으며 새벽 3시 네덜란드 로테르담 쿤스트할 박물관을 찾은 도둑의 열정을 떠올려보았다. 눈에 불을 켜고 미술관 곳곳을 탐험했을 도둑만큼 열광적인 미술 관람객은 세상에 없을 것이다.
낙엽 물이 들기 시작하는 국립현대미술관의 가을은 더 짧게 느껴진다. 소풍 오는 학생들도 놀러오는 가족들도 가장 많은 이 계절, 관람객은 유유히 미술관 앞뒤 동산을 거닐다가 미술관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훔쳐갈 미술품을 찾는 도둑이었다면 당황했을 터, 지금 미술관에서 열리는 기획전 <올해의 작가상>에서는 작가들의 결과물보다는 그들의 생각과 현실과 예술을 바라보는 방식과 같은 작가가 펼치는 생각의 ‘여정’을 보여주는 작업들이 많기 때문이다. 임민욱, 전준호•문경원, 이수경, 김홍석 이 네팀의 작업 중에서 한팀은 오는 11월 초 ‘2012년의 작가’로 선정된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15년 동안 운영해왔던 작가상 제도가 형식적으로 탈바꿈을 꾀한 첫 번째 전시로, ‘올해’와 ‘상’(prize)이라는 다소 심심하고 거대한 단어를 뒤로하고 ‘작가’에 집중하면 전시는 또 다른 레이어를 드러낸다.
작가가 현실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질문하는 문경원과 전문호 콜렉티브, <쌍둥이 성좌>라는 이름의 아름다운 도자기 파편과 울림을 만들어 보이는 이수경 그리고 대한민국 현실을 샅샅이 담아내는 뉴스를 통해 작업한 임민욱의 작업 <절반의 가능성>은 동시대를 살고 있는 예술가들이 갖고 있는 그들이 믿고 있으며 동시에 회의하는 서로 다른 미술을 드러내는 자리다. 네 작가들의 전시장은 쓸쓸했다가 진지했다가 우스꽝스러움을 자아내기도 한다. 특히 김홍석의 작품인 <노동의 방> <태도의 방> <은유의 방>은 현대미술 작품에 ‘관한’ 작품으로 누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180도 다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뫼비우스의 띠같이 얽히고설킨 작업이다. 전시장에는 각 작가들의 작품 세계를 설명하는 아카이브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이번 전시의 끝은 ‘상’이나 소문이 아니라 이 작가들의 다음 작업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