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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petition] <꽃봉오리> Flower Buds

<꽃봉오리> Flower Buds 즈데넥 이라스키 | 체코 | 2011년 | 91분 OCT12 M해운대9 19:00

‘꽃봉오리’는 곧 꽃이 만개하리라는 긍정적인 기운을 담지만, 아직 꽃이 피지 못했다는 불안한 사실 또한 암시하고 있다. 이 단어가 환기하는 복합적인 정서가 영화 <꽃봉오리>에서도 발견된다. 체코의 한 시골마을, 마을 여자들은 ‘꽃봉오리’라는 이름의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공공화장실을 청소하며 살아가는 카밀라 역시 마찬가지다. 성실한 그녀와 달리 그녀의 가족들은 저마다 말썽을 부리고 있는데, 남편 야다는 슬롯머신에 중독되어 딸의 저금통까지 손을 대고, 어린 딸은 임신을 하고, 아들은 스트립댄서에게 빠져서는 급기야 그녀를 집으로 데려오기까지 한다. <꽃봉오리>는 이들 가족과 주변 인물들의 불발된 열망을 하나씩 드러내며 위기에 놓인 가족의 내상을 포착한다. 인물들의 갈등은 크리스마스 저녁식사와 마을 축제를 기점으로 고조된다. 서둘러 터져버린 폭죽처럼 가족의 꿈은 이내 꺼져버리지만 영화가 비관적인 전망만을 남기는 것은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고 비극이 발생하는 도중에도 영화는 슬픔 가운데 하나의 역설을 새겨 넣는다. 현재에 대한 불안 속에서 미래를 향한 기대를 포기하지 않고 추운 겨울을 견뎌내는 것, 그것은 삶이라는 꽃봉오리의 역설이다.

Tip. 영화의 진짜 주인공은 눈인지도 모른다. 많은 장면에서 눈이 내리며 독특한 서정성을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