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프강 라이프, <망망대해>, 2011. 사진제공 / 광주비엔날레 재단
기간: 11월11일까지 장소: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및 광주 시내 일대 문의: gb.or.kr
왜 수많은 비엔날레와 국제 영화제들의 이름에는 ‘도시’ 이름이 들어가야 할까. 지자체에서 나오는 돈을 생각하란 말이야! 라고 누군가가 내 뒤통수를 툭 하고 친다면 할 말 없겠지만, ‘정말 왜 꼭 반드시 대부분 도시 이름을 맨 앞에 넣어야 하는 겁니까?’ 하고 묻어 싶어진다. 하지만 나도 이번 가을 부산비엔날레, 미디어시티 서울 등을 다녀왔고 광주비엔날레를 계기삼아 전시가 열리는 광주 시내 몇곳을 둘러봤다. 미술관이나 갤러리에 전시된 작품들보다 새 장소를 찾아가는 여정 자체에 관람자의 노고가 들어가다 보니 작업도 더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다. 부산비엔날레를 보면서 부산을 다시 보고, 베를린영화제를 보면서 베를린을 새삼 느낄 수 있다면 참 멋진 일이긴 하다.
이번 광주비엔날레는 ‘라운드테이블’이라는 주제로 여섯명의 공동감독들이 40개국의 아흔명이 넘는 작가들을 초청해 각자의 주제를 내세웠으나, ‘라운드테이블’은 정성 담긴 결과물이라기보다 협의를 애초에 포기한 난장판처럼 보인다. 물론 이렇게 많은 이들이 비엔날레에 어떻게 접근했나를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울 법하지만 나는 그보다 광주 몇곳에 숨어 있는 듯 전시된 작업을 찾아나서는 일을 권하고 싶다.
먼저 도심에서 멀지 않은 무각사에 들어서면 안리 살사, 우순옥 등의 작업을 볼 수 있다. 하얀 벽이 아니라 절 특유의 내음 속으로 들어온 작품은 결코 건물의 기세에 주눅 들지도, 건물의 기운을 누르려고 하지도 않는다. 꽃가루로 작업한 볼프강 라이프의 작품과 투명한 빛을 방 안에 투과시킨 우순옥의 작업을 무각사 대웅전에 앉아서 가만히 보고 있자면 전시관에서 수많은 작품들을 보느라 산만해진 마음이 가라앉는다. 재래시장인 대인시장을 걷다가도 광주비엔날레에 참여한 작품들을 볼 수 있다. 특히 작가들의 작업실로 쓰이는 대인시장의 구석진 골목 건물로 올라가면 방 한칸을 차지한 김범의 작품 <노란 비명>이 인상적이다. 소리가 담긴 그림을 그리는 한 남자의 비명이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
광주극장에선 매일 오후 5시30분, 비엔날레 참여 작가의 영상작품을 상영한다. 지난 8월 작고한 크리스 마커의 <레벨 파이브>, 알란 세쿨라와 노엘 버치의 <잊혀진 공간>, 우창의 <미시마 인>이 격일로 상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