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양
크기 153x17mm(펜), 71x32x16mm(리시버) 무게 21g(펜), 38g(리시버)
특징
1. 종이 위에 스케치한 작업을 그대로 캡처해 디지털화한다. 스캐너보다 간편하고 태블릿보다 섬세한 대안. 2. 펜과 수신기는 소형 케이스에 장착한 상태에서 충전 가능. 3시간을 충전하면 펜은 15시간, 수신기는 8시간 동안 사용할 수 있다. 3. 전용 프로그램이 인텔 칩셋을 사용하는 매킨토시나 윈도 운영체제에서만 작동한다는 점이 한계.
소비자들은 좋았던 옛 연애를 툭하면 들먹이는 애인처럼 굴 때가 많다. E-BOOK 단말기로 소설을 읽다가 종이책의 낭만이 사라진 게 아쉽다며 문득 불평을 하고, MP3로 음악을 들으면서 그래도 레코드 가게를 순례하며 어렵사리 음반을 찾아 헤매던 때가 좋았다고 말하는 식이다. 태블릿 사용자들도 예외는 아니다. 태블릿으로 스케치를 할 경우 여러 면에서 편리하지만, 종이에 펜으로 직접 그린 것만큼 질감이 섬세한 결과물은 얻지 못한다고 평하곤 한다. 적지 않은 웹툰 작가나 일러스트레이터가 일단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린 뒤 이를 스캔해 작업을 마무리하는 방법을 고수하는 이유다. 와콤의 디지털 스케치 펜인 잉클링은 종이와 펜에 미련을 갖고 있으면서도 결국은 조건 좋은 태블릿을 선택한 사람들 앞에 등장한 새로운 이상형이다. 이를테면 갑부가 되어 데이지 부캐넌 앞에 돌아온, 게다가 로버트 레드퍼드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처럼 생기기까지 한 제이 개츠비? 종이 스케치의 손맛과 태블릿의 편리함 모두를 누리게 해주겠다는 게 이 제품이 들려주는 유혹의 멘트가 되겠다.
그렇다면 잉클링의 사용법은? 볼펜을 쓸 줄 안다면 이 기기를 이용하는 데도 별 무리가 없을 거다. 이 디지털 스케치 펜으로 종이 위에 원하는 그림을 그리기만 하면 된다는 이야기. 단, 집게처럼 고정할 수 있는 무선 수신기를 스케치북 상단에 부착해야 한다는 게 일반 볼펜과의 차이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 종이를 누르는 펜의 압력값은 디지털 신호로 수신기에 저장되며 완성된 스케치는 전용 프로그램을 활용해 컴퓨터로 옮길 수 있다. JPEG, PNG, PDF, SVG 등 이미지 파일 형식도 원하는 대로 지정 가능하다. 또한 수신기 상단의 버튼을 누를 때마다 레이어가 분리된다는 점도 중요한 특징. 하나의 스케치를 여러 겹의 레이어로 나누어 놓으면 완 성된 스케치를 통째로 스캔해서 작업할 때보다 수정 작업이 훨씬 수월해진다. 물론 장소를 옮겨가며 작업해야 할 경우에도 유리하다. 스캐너를 끌어안고 다니는 쪽보다는 펜과 수신기만 달랑 챙기는 게 덜 번거로울 테니까.
당연히 주의해야 할 내용도 있다. 우선 잉클링이 옮길 수 있는 최대 그림 사이즈는 A4 크기다. 더 넓은 종이에 스케치를 한다 해도 저장되는 영역은 여기까지라는 뜻. 또한 수신기로부터 2cm 이내의 영역은 피해야 한다. 뭔가를 적거나 그린다 해도 데이터가 아예 기록되지 않는다. 잉클링은 펜이 쏘는 신호를 수신기가 받아 저장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센서 주변부를 쥐거나 가려서는 안된다. 펜 끝부분을 바짝 쥐는 버릇이 있는 사람이라면 구매를 포기하는 편이 낫다. 획을 긋는 속도가 초속 730mm 이상일 경우 데이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니 참고할 것(사인을 할 때의 최고 속도가 대략 800mm 수준이다). 무엇보다도 인텔 칩셋을 사용하는 매킨토시와 윈도 운영체제에서만 작동한다는 사실은 맥북 애호가들의 막 달아오르기 시작한 호기심에 찬물을 끼얹고 모래를 뿌릴 만하다. 이 새로운 연애 상대에 대한 관심은 이쯤에서 정리해야 할까? 하지만 뭐, <뜨거운 것이 좋아>의 마지막 대사처럼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는 거니까. 권장소비자가는 31만9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