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난 도일의 ‘셜록 홈스’ 시리즈는 수십년 동안 너무 많이 우려내 더이상 나올 육수도 없을 것 같은 콘텐츠였다. 2010년 방영을 시작한 <BBC> 영국 드라마 <셜록>은 이러한 팬들의 피로감을 단번에 씻어줬다. 니코틴 패치를 붙이고 최첨단 전자 기기를 사용해 사건을 해결하는 <셜록>의 홈스는 원작 콘텐츠의 매력이 21세기적 상상력을 덧입어 증폭된 최적의 사례로 드라마 역사에 남을 거다. 서울드라마어워즈 미니시리즈 부문 우수상 수상을 위해 내한한 <셜록>의 프로듀서 일레인 카메론에게서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셜록>의 제작사 하츠우드 필름의 프로듀서이자 시즌2의 세 번째 에피소드를 제작한 그녀는 시상식 다음날 열린 TV영화제를 통해 한국 팬들과 만남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셜록> 시즌2 세 번째 에피소드의 제작을 맡았다.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직접 제작한 건 시즌2 세 번째 에피소드지만 시즌1부터 적극적으로 관여했다. <셜록>의 제작진은 굉장히 단출하다. 작가 세명(스티븐 모팻, 마크 개티스, 스티븐 톰슨)에 프로듀서 두명(일레인 카메론, 수 버추)이 주요 멤버라서, 우리 모두 작품에 깊이 관여할 수밖에 없었다. <셜록>에 합류하게 된 건 스티븐 모팻의 영향이 컸다. 그와 드라마 <지킬>을 함께하며 <셜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고 자연스럽게 팀에 합류하게 됐다.
-시즌1, 2를 통틀어 가장 논쟁적인 에피소드인 <라이헨바흐 폭포>의 제작을 맡았다. 셜록과 모리아티가 최후의 대결을 벌이고, 셜록이 죽음을 맞이한다는 내용은 원작 <마지막 사건>이 발표되었을 때부터 팬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줬다. =이 에피소드를 제작한다는 부담감이 매우 컸다. 캐릭터의 감정을 드러내야 하는 장면도 많았고, 스턴트와 CG 분량도 그 어느 때보다 많았다. 프로듀서로서 책임감이 큰 작품이었다. 하지만 늘 도전을 즐기는 성격이라 재미있게 임했다.
-시즌3의 제작이 유력한 상황에서 시즌2의 말미에 셜록의 죽음을 다룬다는 건 제작진에게도 고민되는 일이었겠다. =시즌2를 준비하며 원작의 다양한 에피소드를 후보로 올려두고 고민이 많았다. 결국 총괄 프로듀서이자 작가인 스티븐과 마크가 코난 도일의 ‘셜록 홈스’ 시리즈 중 팬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던 세편의 에피소드, <보헤미안 스캔들> <바스커빌 가문의 개> <마지막 사건>을 해보자고 결정했다. 이 원작 소설을 기반으로 사랑, 공포, 죽음이란 큰 주제를 다루고 싶었다. 언젠가 다룰 얘기라면 더이상 팬들을 기다리게 하지 말고 시즌2에서 끝내자는 게 우리의 생각이었다.
-원작 속 셜록의 ‘추락’이 <라이헨바흐 폭포>에서 어떤 방식으로 다뤄질지 궁금했다. 추락의 장소로 병원 옥상을 택한 이유는. =원작에서 셜록은 폭포에서 떨어지는데, 현대사회의 ‘폭포’가 어디일까 생각하니 고층 빌딩이 떠오르더라. 처음엔 런던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카나리 워프 타워’에서 촬영하려고 했는데, 이야기의 특성상 병원 옥상이 더 적합해 장소를 변경했다. 흥미로운 사실 하나는, 셜록의 추락장면을 담기 위해 마술쇼 제작사 직원들을 고용했다는 거다. 마술적인 요소를 어떻게 활용했는지는 아직 밝힐 수 없지만 시즌3의 첫화에서 모든 걸 알게 될 거다. (웃음) 시즌3는 내년 1월 촬영을 시작해 여름 무렵 방영될 예정이다.
-그때까지 어떻게 기다리나. (웃음) 평소 <셜록>이 어떤 제작과정을 거치는지 궁금했다. 이야기를 구상할 때 원작은 얼마나 참고하나. =시즌2의 경우 원작의 어떤 에피소드를 참고할 것인지 자유롭게 구상하는 데 두달, 작가들이 시나리오 첫고를 내는 데 두달, 세명의 작가가 각자 맡은 파트의 글을 쓴 다음 서로 바꿔 읽으며 첨삭하는 데 두달 정도 걸렸다. 서로 완전히 생각과 작업을 오픈한 상태에서 작업하기 때문에 최종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변수가 많다. 물론 원작은 매우 중요한 참고자료다. 하지만 완전히 내용을 이해했다 싶은 순간이 오면 소설을 책상 구석으로 치워버리고 다시는 보지 않는다. <셜록>은 상상력이 중요한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드라마 <셜록>으로 주연배우 세명이 일약 세계적인 스타가 됐다. 캐스팅 과정에도 참여했나. =물론이다. 베네딕트 컴버배치(셜록)는 제작진이 만장일치로 캐스팅하고 싶어 했다. 왓슨과 모리아티 역에는 다양한 배우들이 거론됐지만, 베네딕트와 얼마나 잘 어울릴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어느 작품이건 가장 중요한 건 캐스팅이고, 캐스팅의 관건은 배우들간의 호흡이기 때문이다.
-시즌3에 대한 수많은 루머들이 떠돌고 있다. =난 루머를 정말 좋아한다. (웃음) 비록 아무것도 말해줄 수는 없지만, 분명한 건 우리가 언제나 시청자를 깜짝 놀라게 하고 싶다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