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10월7일까지 장소: 토탈미술관 문의: www.totalmuseum.org
가끔 ‘어떤 마을에서 살면 좋을까’라고 생각할 때가 있다. 이런 생각은 아파트 천국인 네모반듯한 고층 건물들 앞에 서면 바람 빠진 풍선처럼 푹 꺼져버리고 만다. 부동산중개업소 입구에 붙어 있는 매매 가격에 따라 등급이 매겨지는 건물들 앞에서 이상적인 거주지에 관한 상상은 여지없이 무너진다. 그러나 서울 종로구 평창동의 높은 언덕에 위치한 토탈미술관에서 열리는 <버티컬 빌리지 Vertical Village전>은 이런 생각들을 모처럼 밖으로 끌어내게 한다. 세계적인 건축가 그룹인 MVRDV는 망상에 가까운 것이라 하더라도 내가 살고 싶은 집은 어떤 상태인지, 또 여러 집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마을은 어떤 공동체를 꾸려나갈 것인지를 ‘버티컬 빌리지’라는 새 개념을 통해 질문한다. ‘버티컬 빌리지’는 서로 다른 형태의 건물들을 수평이 아닌 수직으로 쌓아올리며 비정형의 구조물을 이루는 형태로 생활공간의 다양성과 개별성을 보장하는 개념이다.
전시는 실험적인 건축물들로 이름 높은 MVRDV의 유토피아적인 발상이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과 다각도의 리서치, 실험을 통해 구체화되는 과정을 꼼꼼히 보여준다. 전시장에서는 새로운 마을 구조를 탐색하기 위해 MVRDV가 설계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인 ‘하우스 메이커’와 ‘빌리지 메이커’도 사용해볼 수 있다. MVRDV의 전시는 스머프 마을에서나 가능한 공동체를 꿈꾸는 듯하지만, 그 자체로 꽤 섬세하고 현실적인 문제제기인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