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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셋이 모이면 현상수배범도 잡는다
이영진 사진 백종헌 2012-09-04

박제현 감독의 <조선미녀삼총사> 출연 하지원 강예원 가인 고창석 주상욱

칠거지악 따윈 안중에도 없다. <조선미녀삼총사>의 여자들은 밥 짓기보다 폭탄 제조에 능하다. 저고리 고름 입에 물고 텀블링은 기본이다. 그녀들의 속치마 속엔 은장도가 아니라 살상용 표창이 숨겨져 있다. <내 남자의 로맨스>(2004) 이후 오랜만에 돌아온 박제현 감독의 신작은 ‘조선시대 여성 현상금 사냥꾼들’에 관한 이야기다. 제목에서 드러나듯, 기발한 상상으로 버무린 코믹액션사극이다.

-지난 8년 동안 몇편의 시나리오를 썼다고 들었다. 준비 중이던 작품 가운데 사극도 있었나. =<내 남자의 로맨스> 끝나고 준비하던 작품이 사극이었다. 캐스팅까지 끝냈는데 결국 잘 안됐다. <미스터&미세스 스미스> 같은 설정의 사극이었다.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았는데 나중에 <7급 공무원>이 나오는 걸 보니까 ‘아, 끝났구나’ 싶더라. (웃음)

-<조선미녀삼총사>는 직접 쓴 시나리오인가. =여러 명이 썼는데 내가 마무리를 하게 됐다. 웰메이드 필름 노종윤 대표에게서 시나리오 초고를 받은 것이 벌써 4, 5년 전이다. 시나리오 50번 고쳤다고 과장해서 말하곤 했는데, 나중에 세어보니 정말 그렇더라.

-각색과정에서 뼈대 역시 바뀌었을 텐데. =처음엔 시추에이션 코미디가 많았다. 신마다 웃기면 된다는 식이었다. 대세가 버라이어티였으니까. 하지만 작업하다보면 그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지 않나. 결국엔 드라마로 승부해야 한다. 시나리오를 다듬으면서 드라마가 많이 탄탄해졌다. 헤어졌던 연인과 적으로 만나는 ‘진옥’의 개인사가 메인 드라마다.

-각기 다른 성격의 캐릭터들이 도드라져 보인다. =엉뚱발랄한 ‘진옥’은 자신이 직접 무기를 만들어 쓰는데 훗날까지 생각하진 못해서 항상 곤란을 겪는다. (하)지원씨도 한번도 해보지 않은 캐릭터여서 좋다고 하더라. (강)예원씨가 맡은 ‘홍단’은 몰락한 양반집 며느리로, 가장 역할까지 떠맡은 유부녀다. 고부간의 갈등에 괴로워하는 인물인데, 여성대변인 같은 캐릭터라고 보면 된다. ‘가비’ 역할의 가인씨는 요즘의 청소년과 비슷하다. 말없이 이어폰만 귀에 꽂고 있는. 가비 입장에선 일종의 성장영화다. 그런 셋이 모였으니 합을 이루는 데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각기 생각하는 작전이 다르니까. 작전 짜고 있는데 누군가는 이미 목적지로 떠났다든가, 엄청 큰 위험이 닥쳤는데도 수다에 빠져 있다든가 하는 식의 우왕좌왕이 웃음 포인트다.

-액션을 준비하느라 배우들이 정신없을 것 같다. =다들 개인레슨받고 있다. 진옥은 요요를 사용해야 해서 지원씨에게 일찌감치 부탁했는데, 두 시간 만에 양손으로 요요를 하더라. 지금 이 시간에 가인씨는 쌍절곤을, 예원씨는 봉술을 연습하고 있을 거다.

-연습과 실제는 다르다. =걱정이 없는 건 아니다. 현장에서 배우들에게 ‘한번 더, 한번 더’를 요구할 수 있을까 싶다. 100% 안전이 확보되지 않으면 포기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모든 걸 양보하면 그림이 주니까 딜레마인 거다. 올림픽 중계 보는데 선수들이 우리 배우들처럼 느껴지더라.

-곧 촬영 시작(8월27일)이다. 11월 말까지 촬영을 끝낸다고 들었다. =62회 촬영이 잡혀 있는데 완도, 창원, 문경 등을 돌며 찍을 계획이다. 10월까지 CG가 필요한 장면을 50% 이상 찍어야 한다. 선상 액션 등 큰 장면들을 먼저 찍어야 해서 부담이 크다.

tip

“여자 셋이 모이면 수다 아닌가?” 박제현 감독은 <조선미녀삼총사>의 웃음이 용감하고 씩씩한 세 언니들의 입담에서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전한다. “리딩 끝나고 냉면 집에 한번 간 적 있는데, 세 여배우 모두 본능적으로 수다를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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